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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도 세리머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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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도 세리머니' 논란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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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축구단은 일반 축구팬들에게서 크게 관심을 받는 팀은 아니다. 아무래도 K리그 소속이 아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예전엔 대단한 명문구단이었다. 1980년 한국 최초로 창단된 프로구단이자, K리그(당시는 슈퍼리그)의 원년 우승팀이다. 이영무, 박성화, 황재만, 신현호, 박창선, 조병득 등 걸출한 선수들이 이 구단을 거쳐갔다. 그러나 이 구단을 독특하게 인상 지운 건 뭐니뭐니해도 기도 세리머니다. 골을 넣을 때뿐 아니라 경기 전ㆍ후에도 선수ㆍ감독이 그라운드에 둥글게 모여 앉아 기도를 올렸다. 이 모습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멋진 골세리모니는 경기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므로 선수들은 저마다 독특한 동작을 개발해 관객에 서비스한다. 브라질 호나우딩요나 프랑스 앙리의 손가락 세리머니, 영국 베컴의 키스 세리머니는 워낙 유명할 뿐더러 독일 클로제와 영국 로이 킨의 덤블링 세리머니는 아예 그들의 전매특허가 됐다. 선수들 여럿이 모여 하는 공동 세리머니도 있다. 토고 대표팀의 댄스, 2002년 월드컵 미국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오노 세리머니가 그런 것이다. 그 환희의 동작을 통해 선수들은 기쁨과 개성을 표출하고, 관중은 한껏 증폭된 카타르시스를 공유한다.

▦이런 골세리머니를 놓고 때아닌 논쟁이 한창이다. 조계종 측이 축구협회에 "골세리머니에서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도록"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물론 박주영 등의 기도 세리머니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이건 비종교인 입장에서 봐도 불교계의 과민이다. 개신교도 대통령 집권 이후 자주 종교편향 논란이 인데다, 동계올림픽 중계파문 등으로 불쾌한 신경이 곤두서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문제에까지 종단이 정색하고 나설 건 아니다. FIFA도 정치 색채를 띠거나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 알몸상체를 드러내는 행위 등만 금하고 있을 뿐이다.

▦유독 우리에게서 이런 일이 문제되는 건 역시 그 유난스러움 때문이다. 중남미선수들이 성호를 긋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우리처럼 경기장에 꿇어앉아 기도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보기 어렵다. 달려들던 동료들은 머쓱하고, 적잖은 관중은 흥이 식는다. '그라운드의 전도사'라고 예찬하는 이들도 있다는데 그런 인식은 정말 아니다. 알아챌 듯 말듯한 김연아의 성호긋기는 그래서 예쁘지 않았던가. 어차피 논란이 됐으니 선수들도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개인신앙 차원이 아닌, 생각과 신념이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예의 차원에서.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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