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합격한 김모씨는 아버지가 10억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어 경제적 취약 계층인 차상위계층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씨 아버지는 결혼 후 분가한 다른 자녀들에게 부동산과 예금의 명의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차상위계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대폭 낮췄다. 김씨는 건보료 납부확인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 이 학교 로스쿨 차상위계층 특별전형에 붙었다.
자율형사립고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부정 입학에 이어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로스쿨의 차상위계층 특별전형에서도 이런 편법 입학 사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과학기술부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의 경중에 따라 입학 취소 등 조치도 있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14일 "차상위계층 대상의 로스쿨 특별전형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돼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로스쿨은 전체 25개 대학 중 줄잡아 10여개 대학 정도며, 교과부는 특별전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입학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2년째를 맞은 로스쿨이 편법 입학 의혹에 휩싸이기는 처음이다.
로스쿨 특별전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을 배려해 전체 정원의 5% 이상을 우선 선발토록 하고 있다. 올해 로스쿨 전형에선 정원 2,000명 중 116명이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대다수 로스쿨은 특별전형 대상에 차상위계층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전형에 응시하려면 각 시군구에서 발급하는 확인서가 필요하다. 인정되는 서류는 한부모가족증명서 장애(아동)수당대상자확인서 자활근로자확인서 등이 있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건보료 납부 실적이 기준이 된다.
교과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최저생계비의 1.2배에 건강보험료율(2.54%)을 곱한 금액 이하의 건보료를 납입하면 차상위계층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건보 가운데 세대원의 소득과 재산을 보는 지역건보는 김씨처럼 재산 조작으로 건보료를 낮춰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고, 급여만을 기준으로 하는 직장건보는 재산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
대부분의 로스쿨들이 지원서 접수 마감일을 기준으로 이전 3개월의 건보료 납부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편법 입학은 더욱 손쉽다. 로스쿨 지원에 맞춰 일시적으로 재산 명의를 이전한 뒤 입학 이후 되돌려 놓는 방식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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