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의 지휘봉은 우승을 부르는 마법을 지녔는가.'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제압하고 '완벽한 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삼성화재는 1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9~10 시즌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3-0(25-21 25-19 26-24) 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이로써 6시즌째를 맞은 V리그 정규리그에서 통산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3경기를 남겨둔 삼성화재는 29승4패를 마크,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2위 현대캐피탈(24승9패)을 5경기차로 따돌렸다.
2006~07 시즌과 2007~08 시즌 우승 당시에는 1, 2경기 차의 근소한 우승을 거둔 삼성화재는 올 시즌에는 캐나다산 특급 용병 슈미트 가빈의 맹활약과 특유의 조직력으로 똘똘 뭉치며 독주 우승을 이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6일 대한항공을 꺾으며 1위로 올라선 뒤 한 번도 리그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낸 삼성화재는 챔프전 3연패를 향한 유리한 고지도 점하게 됐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 감독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을 정도로 삼성화재의 전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톱니바퀴 조직력' 으로 2005 시즌 프로배구 출범 후 2위와 가장 큰 승차(5경기)를 벌리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조직력은 매 경기 위기순간마다 빛났다. 이날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3세트 종반 21-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삼성화재는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상대의 스파이크를 멋진 수비로 잡아낸 뒤 가빈이 해결하는 득점루트로 내리 3점을 뽑아내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25-24의 매치 포인트에서도 상대 블로킹에 막혀 떨어지는 볼을 가빈이 걷어 올린 뒤 석진욱이 마무리 하면서 우승 팡파레를 터트렸다. 공격 종합순위 1위인 가빈은 이날도 32점을 폭발시켜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신 감독은 "올 시즌이 전력상 가장 힘든 해였다. 솔직히 무엇을 가지고 우승했는지 모르겠다"며 "가빈이 예상 외로 초반부터 잘 해줬다. 또 주장 석진욱을 중심으로 팀워크가 살아나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 특급용병 가빈도 특혜 없는 훈련·생활습관
삼성화재의 우승에는 '기본기'를 강조하는 신치용 감독의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제갈공명' 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기본을 지키고 겸손 하라. 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배구에서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모든 사령탑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신 감독의 '기본기론'은 조금 다르다.
그는 "경기에서뿐 아니라 훈련과 생활에서도 기본기를 실천해야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본기를 갈고 닦는 데는 열외가 없었다. 아무리 가빈이 '특급 용병'이라고 해도 훈련과 생활 습관에선 신 감독의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빈에게도 특혜 없이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삼성화재에는 다른 구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용병과의 불화가 없었다. 신 감독은 "구단의 팀 컬러가 용병을 최대한 배려하자는 것이다. 노장들이 나이에 맞게 용병에 대한 질투가 없다 보니 탄탄한 팀워크로 연결됐다"고 털어놓았다.
신 감독의 '기본기론'을 더 파고 들어가면 생활에서는 '절제', 훈련과 경기에서는 '집중'으로 요약된다. 그는 "선수들이 훈련과 생활 수칙인 절제와 집중을 잘 지켰기 때문에 우승이라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지만 신 감독의 '기본기론'에 잘 융합된 가빈이 우승의 최대 수훈갑이다.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1,000득점을 돌파한 가빈은 경기당 32.9점을 폭발시키며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전 경기에 출전하며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해내는 해결사 구실을 해냈다.
신 감독은 "가빈의 가공할 영향력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팀 사정 때문에 휴식시간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꾸준한 경기력을 펼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세터 최태웅 역시 "가빈이 없었다면 우승은 불가능했다"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대전=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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