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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라는 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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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라는 원석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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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고래 도시'인 것은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를 가지고 있어서다. 이 암각화는 300여 점의 바위그림을 새긴 것이다. 그중 58점이 고래 그림이다. 독보적인 이 고래 그림으로 하여 울산은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역사를 가진 도시로 증명됐다.

돌조각이나 나뭇가지를 사용하여 절벽 암반에다 뛰어난 바위그림을 남긴 선사 집단은 누구일까? 저것은 그들의 시인가, 노래인가? 나는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갈 때마다 자문자답으로 답을 찾아본다. 암각화 학자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고고학적 진실을 찾기 위해 켜켜이 쌓인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듯 천천히, 천천히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에 발견됐다. 학자들만이 아니라 그 답을 찾는 데 예술가도 동참하고 있다.

문학, 미술, 무용, 음악,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인들이 반구대 암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사시는 이건청 시인도 그 중 한 분이다. 일흔을 내다보는 나이에도 오랜 울산 나들이 끝에 시집 <반구대 암각화> 를 펴냈다. 시집 한 권이 고래에 대한 보고서다. 편편이 뜨거운 열정이다. 무엇이 시인을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시인은 말한다. "고래는 노년기에 내가 발견한 원석이다. 나는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우라늄 원석의 힘을 느낀다"고. 그 시집을 읽으며 덩달아 힘이 솟는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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