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자(61)씨는 오후 9시에 일터로 나선다.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에서 청소용역원으로 일하는 그는 야간조라 다음 날 6시까지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등을 밤새워 청소한 뒤 고된 몸을 이끌고 퇴근한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이렇게 일하고 월 145만7,500원을 벌었다. 주말에는 식당과 이삿짐센터에서 간간이 일이 생겨 30만원의 부수입도 올렸다.
그러면 1주일을 거의 쉬지 않고 뼈 빠지게 일한 박씨의 지출은 어떨까. 무엇보다 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2007년 5월 승강장을 청소하다 고압선에 감전돼 팔이 거의 떨어져 나가는 사고로 접합수술을 받았는데 3개월마다 MRI촬영 등 검진비용으로 78만원을 썼다. 더욱이 100만원인 월세 보증금을 5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은행에서 200만원 대출까지 받았다. 박씨는 문화생활비로 6만8,100원을 지출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영화관람이나 공연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종교활동인 교회 감사헌금 1만원, 마포지역 케이블방송 3만3,250원, 교회발행 책자를 보기 위한 복사비용 2,700원, 경로당에 할머니들과의 망년회를 위해 구입한 술과 안주 1만500원 등이다. 이래서 같은 달 빠져나간 총지출은 225만원. 결국 박씨의 가계부는 무려 50만원의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노총이 2009년 12월과 올해 1월 두 달간 박씨를 포함한 저임금노동자 14명이 작성한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월평균 임금과 부업으로 129만원을 벌었으나 163만원을 지출해 34만원의 적자가 났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근로빈곤(워킹푸어)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 또는 친인척에게 19만원을 빌리고 이전에 빌렸거나 갖고 있던 돈 15만원으로 적자를 메웠다.
의식주와 의료비가 전체 지출의 67.4%를 차지했다. 163만원 중 식비가 29만2,882원(18.0%)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채상환 20만4,094원(12.5%), 보건위생 17만1,310원(10.5%), 광열수도 14만5,774원(8.9%), 피복 11만5,454원(7.1%), 주거 9만3,734원(5.7%), 통신 9만1,331원 등으로 돈이 나갔다. 저축은 10%(16만2,430원) 수준이었으며 문화생활비는 불과 1.0%다.
김영훈 위원장은 "저임금노동자가 최소한의 자존감을 갖고 생활할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가 최저임금을 현재 85만8,990원(시간당 4,110원)에서 전체 노동자의 평균 정액임금(215만3,541원)의 절반인 107만6,770원(시간당 5,152)원으로 25.4%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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