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24시간 안에 해산하라.""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순간까지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겠다."
2006년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해외로 도피한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을 지지하는 10만여 명이 14일 낮 태국 수도 방콕 중심가에 집결,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하나같이 붉은색 옷을 입고 전국에서 모여든 탁신 지지자들은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 대해 "정당성이 없으니, 당장 해산하고 새롭게 선거를 시행하라" 주장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집회를 해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탁신의 정치적 고향인 태국 북부 농촌지역 주민들이 주를 이룬 지지자들은 버스와 배를 이용해 12, 13일부터 방콕에 속속 도착했으며, 붉은 옷과 함께 각종 선전도구, 깃발, 손바닥 모양의 응원도구를 들고 시위 현장에 나섰다.
시위를 주도한 친 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ㆍ일명 레드셔츠) 소속 회원들은 이날 정부건물과 인접한 방콕시내 랏차담넌 거리와 사남루엉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당초 UDD는 집회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영 일간 더 타임스 등이 전한 바로는 "최대 20만 명 정도"가 시위대를 이뤘으며 현지 경찰은 "5만명 정도"로 규모를 추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정오를 기해 집회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방콕 시내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동시에 10만여 탁신 지지자들이 5만여 군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위를 진행했다. 관광명소가 몰려 있어 평소 관광객들로 붐비는 방콕시내 상가들은 일찌감치 철시한 후였다.
UDD측은 공식 발표를 통해 "현 정부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시행 등 우리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반드시 15일 정오까지 답을 내놔야 한다"며 "응답이 없다면 우리의 대응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UDD는 "평화적인 시위를 할 것이며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시위대는 각목 등 폭력도구를 휴대하지 않은 대신 생선젓을 담은 비닐봉지를 가져와 경찰력에 대응했다.
애초 평화 시위를 인정한 태국 경찰도 폭력 진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집회는 전반적으로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내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히는 등 탁신 지지자들과 합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시위가 장기화될수록 폭력 충돌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더구나 태국 정부가 시위 시작과 함께 방콕 일대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했으며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군부대가 시위를 강제 해산할 수 있음을 시사해 자칫 유혈충돌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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