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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5월 출범 앞둔 희망연대 공동의장 정연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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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5월 출범 앞둔 희망연대 공동의장 정연수씨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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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54)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의 첫 인상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였다. 웃음기 가득한 친근한 표정에 적당히 섞인 경상도 억양이 노조의 격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말문을 열자 "투쟁만 외치며 우리 사회의 주변을 맴도는 현재의 경직된 노조활동은 씨가 마를 것"이라며 30년 노동운동으로 몸에 밴 열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5월 1일 출범을 앞두고 제 3의 노총으로 주목 받는 새희망노동연대(희망연대)에 대해서는 "앞으로 2, 3년 내에 양 노총이 장악하고 있는 노동계의 지형을 확 바꿀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위원장은 희망연대의 공동의장을 맡아 출범 준비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11일 서울 용답동 군자차량기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새희망노동연대'라는 이름이 근사하다. 어떤 희망을 말하려는 건가.

"노동자를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자는 것이다. 기존 양 노총 중에 한쪽은 자주적이지 못하고 관료적이다.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이데올로기만 주창하며 이념에 매몰돼 있다. 도대체 노동자는 어디로 갔는가. 노동자가 주인으로서, 변방이 아닌 사회의 주류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면서 신바람 나게 일하자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직장은 자아와 꿈을 실현하는 곳이다. 공기업의 경우 임원이나 사장은 계약직에 불과하다. 하지만 직원들은 평생 몸바쳐 일한다. 따라서 주인정신을 갖고 기업을 관리하고 견인하는 것과 종속된 임금노예로 지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도덕성도 문제다. 국민들은 노조 하면 성폭력이나 간부비리를 연상한다. 주인정신이 없으니 도덕적으로 깨끗할 수 없다. 또한 노조가 사회에 봉사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대신 떼법과 물리력만 강조하다보니 도무지 공부를 하지 않는다. 답은 간단하다. 도덕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에 공헌할 줄 알고, 전문성을 갖추면 누가 노동운동을 폄하하거나 외면하겠나. 오히려 노조를 이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인정할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얘기 같은데.

"요즘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강의를 많이 다니는데 '자기 부인이 노동운동 하는 것 존경하는 사람 있나' 하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심지어 가족이 노동운동 하는 것 알면 큰일난다는 사람도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다. 지성인보다 더 우러러본다고 한다. 이제 환경이 바뀌었다. 글로벌 시대다. 고용 없는 성장을 탓하며 반자본, 반시장만 기치로 내걸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노조가 기업의 생산효율을 따지고 투명성을 갖추도록 채찍질해야 한다. 분배만 요구하지 말고 기업의 썩은 환부를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 과거는 우파, 어용, 자본의 앞잡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이제는 자본을 모르는 노동운동은 허깨비다. 유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도 자본에 대한 노조의 이해가 더 빨랐다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적으로 돌리고 시장을 외면한 채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혁명을 해야 할 것이다."

-경영권 간섭이 아닌가.

"자본과 노동이 종속관계가 아니라 같은 위치에서 고민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노조의 당연한 의무다. 공기업을 보면 경영진은 거의 다 낙하산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자금에 연루되고, 인력과 업무도 다 그쪽으로 쏠린다. 난 과거 지하철공사의 수천억 원 비리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석에 서기도 했다. 이렇게 정치화된 기업이 생산을 제대로 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나. 따라서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이후에야 합당한 분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들은 당장 한 푼이 아쉽다.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는데.

"아니다. 오히려 더 자주적이고 무서운 노동운동 방식이다. 여태껏 한국의 노동운동은 경영에 참여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선진국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연말 정부 예산이 확정되고 나면 아무리 파업하고 난리 쳐도 0.001%도 한도를 넘을 수 없다. 대신 그 전에 시민단체를 포함해서 사회적 협의 이끌어내면 노조도 힘있게 정부와 교섭하고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이렇게 국민정서와 맞아 들어갔을 때 엄청난 폭발력이 있고, 정부와 정치인들이 겁을 낸다. 훨씬 효과적이지 않나. 기존의 주먹구구식 방식으로는 안 된다. 지켜봐 달라. 우리가 하는 작업들이 한 4, 5년쯤 지나면 단체협약 문화도 많이 바뀔 것이다."

-희망연대에 40여개 노조가 참여했다는데 이견은 없나.

"지난해 6월부터 포럼을 운영해 이론적?틀을 갖췄다. 12월에 위원장 20여명이 밤샘토론을 했다. 복수노조 도입,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태풍을 앞두고 민간이든 공공이든 국민의 지지 없이는 설 자리가 없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간은 노동자를 섬기고, 공공은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결국 소비자인 국민이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희망연대가 느슨한 연합체 형태여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물론 한계가 있다. 기존 양 노총의 견제도 많다. '누가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정당과 관련되거나 일회성 운동이 아니다. 2006년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우리는 자주적 사고로 뭉쳤다. 자주적 집합체가 되기 시작하면 정치나 정당, 조합에서 노동계가 통제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는 올바른 힘이 생긴다. 누구처럼 자기 집을 팔아먹고 정치권에 갔다가 다시 빈털터리로 돌아오는 악순환은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양 노총 이탈 조직이 상당수 들어와 있다. 우리는 노총식으로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권력 위주의 조직이 아니다. 노동 간부가 아니라 노동자가 주인이다."

-제3노총을 지향하나.

"일단 연말까지는 느슨한 연대로 간다. 하지만 느슨하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 내년 7월 복수노조 도입을 신호탄으로 2, 3년 동안 노동계에는 엄청난 변화와 개혁이 내부에서 진행될 것이다. 노동계 재편이 임박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놓고 우리가 주도권을 쥐었다. 양 노총은 이 게임에서 자기들이 변화하든지 아니든지 간에 우리가 하려는 게임에 끌려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게임의 룰을 바꿨다. 제3노총이라는 표현은 기존 게임의 논리다. 양 노총은 새로운 게임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길이 아니면 방법이 없지 않겠나."

-당면 목표는.

"구체적인 수치를 논하기는 좀 그렇다. 다만, 항간에서 23만명 정도를 예상하던데 그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특히 복수노조에 따라 규모 면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우리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민노총은 지도부와 조합원의 생각이 다르다. 공감대가 없다. 복수노조가 되면 조직 내에서 순수한 목소리를 가진 분들이 엄청나게 출현할 것이다. 이들은 한노총으로 못 간다. 한노총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이 대다수라 이탈은 적겠지만 전임자 임금을 제한하는 타임오프에 따라 활동영역이 많이 위축되면 우리와의 연대가 늘어날 것이다."

-타깃 사업장이 있나.

"삼성이나 포스코가 지속성장 가능한 노사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노조가 자본과 경영을 공유해야 한다. 그게 글로벌 가치다. 면역성 예방주사를 서둘러 맞아야 한다. 노조라고 해서 실눈을 뜨고 치켜볼 필요는 없다. 대우, 기아 등에서도 다 준비하고 있다. 민노총 주류 사업장은 참여하지 않겠지만 다른 곳은 내부에서 다양한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다. 특히 10.5%에 불과한 노조조직률을 3%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

-정치권과 제휴 계획은.

"노조가 국민에게 지지 받고 사랑 받는 조직으로 변하면 누구와도 제휴하고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정파를 앞세우기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게 급선무다. 정치다 뭐다 얘기하는 게 결국 국민에게서 나온다. 일본의 미쓰비시나 도요타가 있는 지역에 가면 지역의 시의원, 중의원 중에 노조 간부출신이 많다. 그 지역 노조가 열심히 봉사하고 경제, 교육 등 현안에 신경 쓰면서 주민들과 협력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향력이 생긴다. 튼튼한 집을 먼저 지어야 한다. 그래야 노동운동에 지속성이 있다. 현대중공업 강연 가서 강조한 말이 있다. 울산 주민들에게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노조가 만사 제쳐두고 제일 먼저 달려올 수 있는가."

-5월1일 출범식을 사회봉사로 한다는데.

"5월1일 노동절에는 노동계끼리 잔치하고 끝났다. 이제는 자제하고 전국 사업장별로 지역에 연관된 봉사활동을 동시에 하려고 한다. 2006년 여름 강원지역에 수해 피해가 컸을 때 조합원들과 2박3일 간 복구하러 갔었다. 주민들이 '지하철 모는 양반들이 파업은 안하고 일을 참 잘하네'라고 격려해 주더라. 땀을 흠뻑 흘린 뒤로 조합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이후로 서울지하철노조는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봉사를 해봐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있다."

-민노총 신임 위원장이 변화를 강조하는데.

"내부 구조가 그렇게 안돼 있다. 지난해 지하철 후배인 임성규 전 위원장도 다 고민했지만 못했다. 특히 이석행 전 위원장이 외쳤던 것에 비하면 파괴력이 10분의 1도 안 된다."

-정작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해 민노총 탈퇴에 실패했는데.

"올해 하반기에 조합원 투표를 다시 할 생각이다."

■ 정연수 위원장 약력

▦1956년 경북 상주 출생

▦국민대 정치대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 수료

▦서울지하철노조 대의원, 중앙사무국장

▦전국지방공기업노조협의회 상임의장

▦서울지하철공사 14ㆍ16대 노조위원장

▦새희망노동연대 공동의장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사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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