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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사법부 '재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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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사법부 '재격돌'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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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보수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시 충돌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9일 앨라배마 대학 강연에서 “누구라도 대법원을 비판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상황과 환경, 예의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 것이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한 법대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1월 국정연설을 통해 기업의 무제한적인 선거광고를 허용한 대법원의 판결을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 비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반박인 셈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당시 불편했던 당시의 감정을 작심한 듯 토로했다. “정부를 구성하는 한 축의 사람들이 대법원을 둘러싼 채 환호하고 열광하는 동안 대법원은 의전에 따라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야 했는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한 뒤 “정치적 궐기대회로 전락한 국정연설에 대법원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당시 오바마의 국정연설은 여러 논란을 낳았다. 보수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대법원 판결 비판 발언이 나오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사실이 아니야’라고 중얼거리는 입 모양이 카메라에 잡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오바마가 국정연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대법원을 공개 비판한 것은 대법원의 독립성을 해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는가 하면, 얼리토의 태도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법관으로서는 과민한 반응이었다는 비판도 나왔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이지만 이념 차이로 항상 갈등관계였다. 2005년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로버츠 대법원장 인준 표결 때 그의 짙은 보수색을 들어 반대표를 던졌고, 로버츠는 대법원의 보수화 물결을 주도했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선서를 받던 로버츠 대법원장은 35개 단어의 취임 선서를 선창하면서 일부 어순을 바꾸는 바람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튿날 백악관에서 재선서를 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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