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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금통위서도 금리 동결 "큰 배는 조금씩 움직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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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금통위서도 금리 동결 "큰 배는 조금씩 움직여야… "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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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매파 총재''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리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였지만, 마지막 주재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그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결정을 내렸다. 대신 그는 "금리인상의 공감대는 커지고 있으며 시기선택만 남아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이로써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첫발은 내딛는 문제는 차기 한은 총재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에게 이날 금통위는 사실상 마지막 의사봉을 두드리는 자리. 25일에도 금통위가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다. 통화정책관련 기자회견 역시 이날이 마지막이어서 좀 더 솔직한 '강경 발언'도 예상됐지만, 그는 "금리 인상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시기는 합의되지 않았다" "민간 부문의 자생적 성장세를 지켜보겠다" 등 발언 수위가 오히려 약한 편이었다. 사실 그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역설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차기 총재 및 새로 구성될 금통위원들이 몫인 이상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덕분에 채권시장은 초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11%포인트 급락한 3.97%포인트로 마감하는 등 대부분 채권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당수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종전의 2분기 말에서 3분기 중으로 연기했고, 아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후'로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우회적이나마 조기금리 인상의 당위성은 거듭 암시했다. 그는 "큰 배는 빠른 방향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미리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고도 했고, "흔히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부담이 늘어나니까 금리를 올리면 곤란하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학 교과서는 오히려 금리를 올려서 더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기존 부채는 조정하도록 유도하라고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재임 중 금리정책과 관련해 정부와의 관계 및 금통위원 설득에 어려움이 있었음도 내비쳤다. 그는 "사람마다 상황판단과 예측이 달라, 미리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는데 대해 설득과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맨들도 단지 인간일 뿐" "통화정책은 소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적 입장에서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컸던 만큼 망설이는 금통위원에게 강력히 주장할 만큼 미래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 총재는 노무현 정부 때 임명돼 현 정부까지 임기를 이어온, 대통령 임명직으론 거의 유일한 인물. 이런저런 소회가 많을 것으로 보였지만 임기 전반을 회고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보다 결과로 평가해 달라"면서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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