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최첨단 영국 런던에서 한국 불교미술의 매력이 펼쳐진다.
주영 한국문화원과 목아박물관은 4월 10일부터 5월 29일까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목조각) 보유자인 목아 박찬수(62)씨의 작품전 및 목아박물관 소장 유물전을 연다.
전시 타이틀은 ‘Buddha Speaks with a New Voice: Who Am I?’(부처가 입을 열다: 나는 누구인가?). 박씨의 작품 60여 점, 박씨가 관장으로 있는 목아박물관 소장 불교 유물 70여 점과 함께 목조각ㆍ고건축ㆍ탱화의 제작 모습 등이 담긴 영상물이 전시된다.
전시작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제작된 박씨의 작품들이다. 50년 동안 죽은 나무에서 선(禪)의 싹을 틔워온 박씨의 공덕이 사사무애(事事無碍ㆍ무엇에도 걸리지 않고 두루 통달함)의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비자나무로 깎은 부처상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벌려 웃고 있고, 아기를 업은 후덕한 아낙네 모습을 한 관음상은 아예 젖가슴을 드러냈다. 불교미술전이라는 타이틀이 버젓한데 십자가와 예수상도 있다.
“흔히 부처의 모습을 32상 80종호로 설명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꼭 고정된 형태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요. 50년쯤 부처상을 깎다 보니까, 살아가며 느끼는 희로애락이 곧 부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부자인 사람, 베풀 줄 아는 사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 현대 사회의 부처는 곧 그들이겠지요.”
박씨가 만든 불보상의 가장 큰 파격은 헤프게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부처의 표정들. 세계적 미술평론가인 제라르 슈리게라가 이번 전시회 도록에 평론을 썼다. 슈리게라는 “그의 가치는 끌과 망치를 다루는 재능의 탁월함 못지않게, 원형에 몰두하기보다 자신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고 했다. 박씨는 “이심전심, 염화미소만 불교의 방법론으로 생각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할 말은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전시를 위해 1억원이 훌쩍 넘는 자비를 들였다. 100여 차례의 해외 전시를 해온 박씨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한국 선불교의 수행법이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지만, 한국 불교가 가진 예술성과 문화적인 면모는 아직 소개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도 유럽에서 불교미술 하면 인도나 중국, 또는 일본의 것만 떠올리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의 목소리에 묻어 있었다.
“전시 약속은 했는데 예산 지원이 시원치 않아요. 어쩌겠어요. 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약속은 지켜야죠. 영국인들이 말없는 나무 토막 속에 숨어 있는 자비로운 부처의 눈빛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박씨는 런던에 이어 터키, 이탈리아에서 우리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전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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