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인 김길태(33)는 이유리(13)양을 언제 살해했을까.
김길태가 살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자백할 기미가 없자 살해 시점을 두고 여러 가지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살해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경찰이 공개 수사를 시작한 지난달 27일 이후 이양이 살해됐다면 경찰의 성급한 공개 수사로 이양이 사망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살해 시점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양 시신을 부검한 부산대 법의학연구소는 이양의 눈동자 내 안방수를 이용해 사망 시점을 추정을 시도했지만 부패가 심해 일단 실패했다. 하지만 경찰은 공개 수사 시작 전 이양이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양 실종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9분께 실종자 수색을 벌이면서 나중에 이양 시신이 발견된 물탱크가 있던 곳으로부터 5m 떨어진 곳에서 석회가루가 담긴 고무통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양 시신을 찾았을 때 지문 은폐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석회가루를 발견했다. 고무통의 석회가루가 이양 시신 위에 뿌려진 석회가루와 동일하다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9분 이전에 이양이 살해돼 물탱크 속에 유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또 8일 후인 이달 6일에도 이 일대를 수색하다 오후 11시 10분께 석회가루가 담긴 고무통을 발견하고 사진을 촬영했는데 내용물 양에 큰 변화가 없어 그 이후에 사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석회가루 성분 비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이양 납치 후 김길태의 행적도 이양의 사망 시점을 추정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김길태는 이양 실종 다음 날인 25일 오전 만취 상태에서 공중전화로 교도소 동기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다. 김길태는 한숨을 쉬며"할 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양 살해 후 극도로 불안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김길태는 25일 양부모의 집에 들러 운동화를 갈아 신었는데 이 역시 족적 증거 은폐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양의 사망 시점을 공개 수사 이후인 3월 초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양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인 이달 7일 이양에 대한 검안이 이뤄졌는데 사망 시점을 놓고 현장에서 여러 의견들이 제기됐다.
검찰과 부산대 법의학연구소 관계자는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을 들어 검안 참석자 중 일부가 '3월 초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간에 육안으로 본 것을 근거로 사망 시점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양의 사망 시점을 이달 2∼4일로 추정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사망 시점를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길태의 과거 범죄 성향도 사망 시점 추정 근거로 거론된다. 그는 납치 후 성폭행을 한 적이 있지만 감금만 하고 살해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도 이양 납치 후 곧바로 살해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바뀌어 살해하게 됐다는 추론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주에 석회가루 및 시신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면 사망 시점을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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