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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파트너'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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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파트너' 아름다운 이별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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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부총재 회의. 공동의장을 맡은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담당관(차관보)이 공식석상에서 또 다른 공동의장인 이광주 한국은행 부총재보(이사)를 향해 미리 준비한 영문 송별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우리 경제가 절대 빈곤 상태였을 때 거기에 있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도 거기에 있었다. 그의 모국이 G20 의장국이 됐을 때도 거기에 있었다…"

신 차관보가 한 줄 한 줄 송별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떡이는 모습도 보였다. 국제 관례 상 의례적인 소개만 있을 걸로 생각했던 이 부총재보는 뜻밖의 송별사에 감회가 새로운 듯 즉석에서 답사를 했고, 참석자 전원은 기립박수로 화답을 했다.

신제윤(52)과 이광주(59).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국제 업무를 대표하던 두 사람의 오랜 파트너십이 다음달로 종료된다. 내달 초 이 부총재보가 임기 3년을 마무리하기 때문. 두 기관 간 뿌리 깊은 앙금만큼이나 적잖이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호흡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한 배를 탄 건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온갖 위기설에 휩싸이며 살얼음판을 걷던 당시, 우리 경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한ㆍ미 통화스와프였다.

그 협상의 실무 책임자라는 중책을 맡은 것이 바로 두 사람. 신 차관보는 미국 재무부를, 이 부총재보는 미 연준을 맡아 근 1개월간의 끈질긴 협상을 주도했고, 그 해 10월30일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 스와프 체결'이라는 극적인 성과를 도출해냈다.

물론 당시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공로를 두고 두 기관이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 부총재보만큼은 제 역할을 다했다"(신 차관보) "신 차관보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이 부총재보) 등 서로를 향한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두 사람의 역량은 한ㆍ중, 한ㆍ일 통화스와프에서 또 한 번 확인이 됐다.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 규모를 각각 300억달러로 확대하면서 외화유동성 부족 걱정을 완전히 날려버린 것. 신 차관보는 "한ㆍ일 통화스와프의 발판을 놓은 한ㆍ중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데는 이 부총재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G20 서울 정상회의를 위한 준비회의인 재무차관ㆍ중앙은행부총재 회의에서 공동의장을 맡으면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지만, 이 부총재보가 이번 회의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오랜 파트너십을 마감하게 됐다.

신 차관보는 "국제 무대에서 이 부총재보만한 역량과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물러나게 되는 것은 너무 아쉽다"고 했고, 이 부총재보는 "한은과 재정부의 관계에서 두 사람은 '베스트 콤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보는 퇴직 후 대학강의 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차관보의 새로운 파트너는 당분간 김재천 한은 부총재보가 맡게 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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