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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쌍둥이 자매의 삶을 뒤흔든 검은대륙의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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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쌍둥이 자매의 삶을 뒤흔든 검은대륙의 내전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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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지음ㆍ김옥수 옮김/민음사 발행ㆍ전 2권ㆍ각권 1만2,000~1만3,000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33)의 2006년 작으로, 그의 두 번째 장편이다. 1980~90년대 나이지리아 군부 독재 치하를 배경으로 억압적 가정에서 자라는 열다섯 살 소녀의 성장을 다룬 첫 소설 <보랏빛 히비스커스> (2003)로 호평을 받았던 아디치에는 이 작품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오렌지상을 받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주목할 100대 영문 소설'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인 치누아 아체베의 뒤를 이을 작가로 촉망받는 그는 모국에서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18세에 미국 유학을 떠나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 연구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과 나이지리아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은 1967~70년 나이지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1960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친영(親英) 세력인 하우사족과 갈등을 겪던 이보족이 군부 쿠데타를 통해 나이지리아 안에 '비아프라'라는 새 국가를 세우면서 나이지리아와 비아프라 사이엔 전쟁이 벌어졌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이 전쟁의 참상을 전해 들은 작가 아디치에는 식민 통치의 잔인한 유산, 무수한 희생자를 낳은 소수 지배자의 무책임한 행위를 알리겠다는 열망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작품의 중심 인물은 이보족 출신의 엘리트 여성이자 쌍둥이 자매인 올란나와 카이네네. 서로에게 경쟁 의식을 가진 이 자매는 각각 대조적 성격의 남성들과 교제한다. 카이네네는 아프리카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나이지리아를 찾은 영국인 작가 리처드와, 올란나는 나이지리아 독립을 주장하는 개혁파 지식인 오데니그보와 사귄다. 하지만 애인이 다른 여성과 동침한 것에 좌절한 올란나가 리처드와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탓에 자매는 반목하게 된다. 하지만 내전은 두 사람의 안온한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이런 고난 속에서 두 자매는 다시금 가족애를 회복한다.

작가는 힘있는 필체로 비극적 역사 속에서 요동치는 사랑과 배신, 질투 등 인간적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한편, 아수라 같은 상황에서도 기어이 희망을 찾아내는 생의 의지를 통해 울림이 큰 드라마를 완성했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미국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열정적 지성으로 한 시대의 초상을 그려낸, 20세기 고전들의 훌륭한 후계자"로 아디치에를 평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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