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은 미국 인기 스파이드라마 ‘24’를 보면서 고문기술을 배웠고, 고문을 은폐했다.”
영국 정보국(MI5) 전 수장인 엘리자 매닝햄 불러가 이 같이 폭로하자 미영 외교관계 및 정보공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1일 보도했다.
엘리자 전 국장은 최근 영국 상원주최 강연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딕 체니 전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등 3명들이 ‘24’를 즐겨보면서 고문기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테러 용의자 학대 사실을 MI5에 철저히 은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수감자 학대사례로 엘리자 전 국장은 9ㆍ11테러 총책으로 알려진 칼리드 사이크 모하메드를 들었다. 그는 “미국측은 당초 ‘모하메드가 자신이 한 일들을 자랑스럽게 여겨 스스로 적극적으로 모두 진술한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2007년 내가 퇴직한 뒤에야 모하메드가 물고문을 160번이나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 관타나모 수감자인 영국인 비니암 모하메드가 수감 당시 받았던 고문에 MI5도 개입했다는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달 영국 법원은 미국이 비니암을 신문했던 상황을 담은 문건이 MI5에 전달됐음을 파악하고 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엘리자 전 국장의 발언은 MI5에 쏠린 의혹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즉각적인 논평을 삼가면서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 국방부 관리는 “영국은 항상 우리가 보낸 정보에 만족했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 등이 ‘24시’를 즐겨봤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등 고위직의 TV 보는 습관까지는 모른다”면서도 “항상 바쁜 이들 세 명이 모여 앉아 ‘잭 바우어’(24 주인공 이름)를 봤다면 굉장한 장면이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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