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가르침을 일깨워준 법정 스님의 입적에 각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스님은 스스로의 뜻에 따라 11일 오전 10시께 입원 중이던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성북동 길상사로 옮긴 뒤 오후 1시 51분 입적했다. 자신이 창건했지만 하룻밤도 머무른 적은 없었던 사찰, 길상사에서 마지막을 맞은 것이다.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과 류시화 시인 등 10여명이 임종을 함께했다.
길상사는 오후 2시께 범종을 100여 차례 타종, 스님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법정 스님의 입적이 알려지자 길상사를 찾는 불자와 이웃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현자(66)씨는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또 한 분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의 삶을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겠다"고 애도했다. 이진하(44)씨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지혜와 관용을 베풀었던 어른과 결별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수많은 저서와 설법을 통해 남겨진 큰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지혜와 마음은 우리 가슴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많은 위로와 사랑을 주셨던 스님의 원적은 불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이라는 애도문을 발표했다.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도 "스님은 물질이 개벽된 시대에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행복할 수 있음을 알려주셨던 분"이라고 애도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는 법정 스님의 병원비를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홍 여사가 지난 7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법정 스님을 문안한 뒤 치료비 6,000여만원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길상사는 12일 오전 6시부터 빈소를 마련해 일반인들의 조문을 받는다.
박은성 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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