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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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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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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대표주자 이규혁(32ㆍ서울시청)이 다시 스케이트화를 질끈 동여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의 꿈의 좌절된 후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것조차 욕심인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던 그가 재기의 칼날을 다듬으며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이규혁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보다 저를 더 걱정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귀국 후 받은 특별한 금메달 3개

이규혁은 요즘 메달리스트보다 더 바쁘다. 귀국 후 방송 출연과 인터뷰, 각종 행사 참석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규혁은 "밴쿠버에서부터 출연 요청 등을 많이 받았다. 막상 한국에 와 보니 응원과 격려가 생각 이상이더라"면서 "메달을 못 땄다고 우울해 있는 것이 영 아닌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뒤에도 인연을 맺지 못한 밴쿠버 올림픽 메달. 이규혁은 골인 직후 빙판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기자회견 때 흘린 눈물과 함께 전국민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간 장면이다. 낯설기만 했던 '패자에게 박수치는 문화'가 이규혁의 사례로 새로이 정착되는 분위기다. 귀국 후 이규혁은 모교인 고려대와 네티즌 등에게서 금메달 3개를 받았다. "올림픽 직후 자신감이 바닥이었어요. '이제 나는 안 되는 건가'했는데, 주위 분들의 격려에 일어설 수밖에 없더라고요."

욕심 버리고 다시 뛰는 2010~11시즌

10월부터 시작되는 2010~11시즌에도 이규혁은 빙판을 지친다. 내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밴쿠버에 있을 때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는 이규혁은 "어쨌든 한 시즌은 더 끝내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밴쿠버에서는 주위 분들이 함께 아파하고, 그렇게 위로를 많이 받아도 슬픔을 다 씻어낼 힘이 없었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시간을 두고 생각하다 보니 '내가 이 정도로 약한 선수는 아니었는데'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이규혁은 2014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 살이 된다. 6번째 올림픽 출전은 어려운 일일까. 이규혁은 단정을 거부했다. "물론 하면야 하겠죠.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그리 많은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수준에 다다른 몇몇 선수가 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 자체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규혁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 도전이 못 가진 메달을 갖고 싶어서 하는 도전이라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올림픽 메달에 대한 집착을 스스로 경계하는 눈치다. 이규혁은 "다음 올림픽은 일단 시즌을 끝내고 생각해 볼 문제"라며 소치동계올림픽에 여운을 남겼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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