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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검거/ "길태다" 30여초 추격…주민이 다리 걸어 넘어뜨리자 덮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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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검거/ "길태다" 30여초 추격…주민이 다리 걸어 넘어뜨리자 덮쳐

입력
2010.03.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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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반복 수색의 성과였습니다."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납치 살해 사건 수사본부장을 맡은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은 김길태(33) 검거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사상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린 경찰은 9일부터 수사본부장을 경찰서장(총경)에서 지방청 차장(경무관)으로 격상하고 갑호비상에 준하는 비상 근무를 발령했다. 형사팀도 38개 팀(228명)에서 48개 팀(288명)으로 늘렸다.

경찰은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김길태가 사상구 일대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수사 전문 인력과 기동대 병력까지 대거 투입해 덕포동 일대 빈집은 물론, 부산 전역의 범죄 취약지에 대해 권역별 책임제로 이틀째 반복 정밀 수색을 했다.

3일 경찰에 검거되기 일보직전 기민한 움직임으로 도주에 성공하기도 했던 김길태의 꼬리는 의외의 주민 제보로 잡혔다.

주민들이 최근 덕포시장에서 음식물이 자주 없어진다고 경찰에 신고해 온 것.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45분께 이 일대에 검거팀을 집중 투입해 포위망을 압축해 나가다가 삼락동의 3층짜리 현대골든빌라 옥상에서 도망자의 인기척을 느꼈다. 부산경찰청 1기동대 병력이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사하경찰서 소속 장예태 순경이 조심스레 옥상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장 순경은 놀라 달아나는 김길태를 발견했다.

장 순경이 "길태다"고 소리를 지르자 김길태는 50~60㎝ 간격의 빌라 건물 하나를 건너뛴 뒤 다시 옆 빌라 건물과의 사이 벽에 손바닥과 등을 붙여 30여초 만에 다람쥐 같이 건물 아래로 달아났다.

지상으로 내려온 김길태는 도로를 태연하게 걸어가다 부산경찰청 생활질서계 강희정 경사에게 발견됐다. 강 경사가"잡아라"고 소리치자 다시 재빠른 몸놀림으로 도주했다.

당시 길가에 있던 한 주민이 김길태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고 30여m 가량 뒤쫓아 온 강 경사와 부산경찰청 이용 경사 등 경찰관 4명이 한꺼번에 덮쳐 그를 붙잡았다. 최종 도주와 검거에 소요된 시간은 30여초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 경사가 김길태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검거 당시 김길태는 회색 후드티셔츠와 카고바지(일명 건빵바지) 차림에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오랜 도피 생활로 얼굴을 반쯤 가릴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었다. 또 전체적으로 바짝 마르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연인원 3만여명을 동원해 우직하게 불철주야 압박 수색을 실시한 덕분이었다. 김길태가 검거된 현대골든빌라도 경찰이 지금까지 3, 4차례나 수색했던 곳이다.

뚜렷한 연고지도, 조력자도 없었던 김길태는 범행 후 보름간 어떻게 지냈을까.

현재 김길태가 "이양 사건은 물론, 이양 자체도 모른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확한 행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길태가 이날 사상경찰서로 압송되기 전 1시간30여분에 걸친 1차 조사에서 "그동안 빈집에서 라면만 끓여 먹고 살았다"고 진술해 재개발사업으로 빈집이 많은 덕포동 이양 집 부근에서 계속 숨어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양의 시체에서 나온 증거물의 DNA 분석 결과 등을 통해 김길태의 범행을 확신하고 있는 경찰은 심리 프로파일러 3명 입회 하에 압박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김길태가 장기간 도피 행각으로 극도로 지쳐 있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심경의 변화가 있어야 정확한 범행 사실과 행적도 드러날 전망이다.

부산=이동렬 기자 dylee@hk.co.kr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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