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란 이름이 표준어가 된 것은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그 이전까지 멍게는 사투리고 우렁쉥이만이 표준어였다. 멍게가 눈물겹게 표준어로 등록될 때 광어도 함께 표준어가 됐다. 그땐 넙치만 표준어 대접을 받았었다. 어릴 때 아주머니들이 양철 대야에 자연산 멍게를 가득 이고 골목골목 다니며 '멍게 사이소'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손님이 멍게를 찾으면 그 자리에서 척척 썰어주던 삽화가 먼 기억 속에 있다.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 살다시피 했기에 해삼이니 작은 꽃게는 무자맥질해서 자주 잡아먹곤 했는데 멍게는 건져보지 못했다. 멍게는 깊은 바다에 산다고 했다. 시를 노래하는 후배가 찾아온다기에 오늘 점심은 '멍게 비빔밥'으로 정했다.
후배도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니 점심시간 내내 입안 가득 번질 멍게 향에 행복할 것이다. 내 사는 곳에서 대운산을 훌쩍 넘어가면 동해다. 우리나라에서 1월1일이면 가장 해가 빨리 뜬다는 울산 간절곶 바다가 거기 있다. 간절곶에는 사람이 10여 명쯤 들어갈 수 있는 큰, 소망우체통이 서 있다.
장식용이 아니라 자신의 소망을 편지로 써서 넣으면 배달이 되는 진짜 우체통이다. 그 우체통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가면 내가 즐겨찾는 멍게 비빔밥 집이 있다. 그 맛에 대해서는 이야기 못한다. 먹어봐야 맛을 아는 법,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설명하기 어렵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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