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몇 시간의 수술, 극심한 통증….'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떠올리는 치료 모습이다. 척추수술은 그 동안 '칼을 대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속설이 퍼질 만큼 위험한 수술이었다. 특히 환자가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만성질환을 같이 앓고 있어 수술이 힘들었다.
최근 '경막외강 유착박리술(신경성형술)'과 '경막외강 내시경술(꼬리뼈 내시경 치료술)', '경막외강 레이저 내시경 치료술(레이저 내시경 신경성형술)' 등 척추질환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비수술 요법이 발달하면서 척추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특히 첨단 내시경과 레이저 기기가 결합되면서 초기 환자에게만 쓰이던 비수술 요법이 요즘에는 급성과 만성, 중증 환자도 할 수 있게 됐다. '척추 비수술 치료의 프론티어'인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의 도움말로 최신 척추질환의 비수술 요법을 알아본다.
그 동안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에 걸리면 전신마취 후 피부를 절개한 뒤 삐어져 나온 디스크 등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랜 수술시간과 출혈, 전신마취 등으로 인해 고령자나 만성질환 환자가 척추수술을 받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최근 칼로 절개하지 않고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등을 치료하는 비수술 요법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이런 비수술 요법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신경성형술이다.
신경성형술은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지름 1.2㎜, 길이 40~50㎝의 가는 관(카테터ㆍ'라츠 카테터'와 '나비 카테터'등 2종류가 쓰인다)을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척추가 달라붙어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집어 넣은 뒤 유착방지제(하이알루로니다제ㆍ효소의 일종) 등을 뿌려서 신경 염증과 부종을 줄이고 신경 주위의 유착(흉터)을 없애는 것이다. 시술시간이 20분 밖에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국소마취로 시술하므로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다. X선 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환부를 촬영해 이를 보면서 카테터를 척추의 이상 부위에 주입해 약물을 뿌린다.
이런 신경성형술보다 한층 발달한 시술이 바로 꼬리뼈 내시경 치료술이다. 신경성형술이 X선 촬영에만 의존해 치료한 데 반해, 꼬리뼈 내시경 치료술은 X선 촬영에다 내시경을 카테터에 같이 넣어 환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치료를 한다.
즉, X선으로 찍은 환부와 내시경으로 본 환부를 의사가 동시에 보면서 약물을 뿌려주는 식으로 치료함으로써 신경성형술보다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꼬리뼈 내시경 치료술은 시술시간이 20~30분 정도로 신경성형술보다 약간 길지만 내시경으로 척추 이상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고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다.
꼬리뼈 내시경 치료술의 경우 척추관협착증과 중등도 이하의 디스크뿐만 아니라, 기존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하기 어려웠던 중증 디스크 환자도 통증 감소 효과가 탁월하고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입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시술을 망설이는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그 동안 주로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초기 환자에게만 적용되던 비수술 요법의 적용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박은정 김나현 원장팀은 지난해 11월 열린 대한통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추간판 수핵조직이 섬유륜을 뚫고 삐어져 나온 급성중증디스크파열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꼬리뼈 내시경 치료술을 시행한 결과, 환자 전원의 디스크 증상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급성중증디스크파열의 경우 그 동안 수술 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이에 덧붙여 최근에는 카테터 안에 레이저까지 넣어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레이저 내시경 치료술까지 등장했다. 이 시술은 지름 1㎜의 카테터에 약물 주입관과 내시경, 레이저관 등 3가지를 함께 넣은 첨단 카테터를 사용해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레이저관을 통해 디스크에 레이저를 직접 쬠으로써 다른 비수술 요법보다 훨씬 더 확실히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이 요법의 도입으로 그 동안 초기와 경증 척추질환 치료에 국한됐던 비수술 요법의 영역이 넓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은 "하반신과 사지마비, 근력저하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환자와 심한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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