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은 종교 간의 벽, 속인과의 경계를 다 허문 무량한 불자였다. 천주교와 개신교, 원불교 등 이웃 종교와도 담을 쌓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 등 천주교 인사들과 각별한 교유를 나눴다. 1997년 12월 14일 길상사 개원 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를 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평화신문에 기고한 성탄메시지에서 스님은 "예수님의 탄생은 한 생명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낡은 것으로부터 벗어남"이라며 "우리가 당면한 시련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롭게 움터야 한다"고 설파했다. IMF사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던 1998년 2월 24일에는 명동성당에서 '나라와 겨레를 위한 종교인의 자세'라는 특별강연을 갖고 무소유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스님은 길상사 관음보살상의 제작을 독실한 천주교도인 원로 조각가 최종태 전 서울대 교수에게 맡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교수는 11일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김수환 추기경이 가시고 1년 만에 또 법정 스님이 가셨다. 버팀목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 맑은 향기를 주셨던 분"이라고 애도했다.
법정 스님은 또 1970년대 민주수호국민협의회에 함께 참여한 고 함석헌, 장준하 등과 가까웠다. 동화작가 고 정채봉, 불자 출신인 고은 시인, 도올 김용옥 등과도 친분이 깊었다. 소설가 정찬주씨는 법정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얻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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