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오늘 사실상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다. 정치적 맥락이나 관행으로 미뤄 이달 말 4년 임기가 끝나는 그가 연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만큼 금리의 향배는 물론, 이 총재가 토로할 여러 가지 소회와 경기판단도 큰 관심을 낳고 있다. 그동안 가슴에 쌓아둔 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누가 후임자로 오든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과 일관성을 흐트러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하락 등 올 3분기부터 경기 회복세 반락을 예고하는 지표와 분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물러나는 이 총재가 깜짝 카드를 내지르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엊그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의 자생력과 물가, 자산시장 움직임을 볼 때 금리를 인상할 상황이 아니다"며 "기준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발언이자 노골적 압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금통위 열석발언권에서도 이런 입장을 표명하며 쐐기를 박을 것이 분명한 만큼 관심은 금리 향배보다 이 총재가 던질 고별 메시지다. 사상 최저 수준인 2%에 13개월째 묶여 있는 기준금리를 지난해 말쯤 한 차례 올리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시해온 이 총재로서는 여러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좋은 기회다. 또 후임자에게 당부와 주문을 곁들일 수 있는 무대를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 총재의 공과를 평가할 기회는 또 있겠지만, 어려운 시기에 힘든 자리를 지키며 외풍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한은 출신 총재로서의 길을 잘 닦았다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임사에서 밝혔던"21세기 첫 10년 동안 한은이 할 역할에 초점을 맞춰 중앙은행의 상을 정립하겠다"는 약속과 "때로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각오에 비춰 어떤 성과를 이루고 과제를 남겼는지 이 총재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 그것은 또 후임자에 대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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