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의 기아차 조지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은 행사 내내 쏘렌토R의 미국 판매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하며 미소를 띠었다. 밝은 표정과는 달리 전날까지 그의 일정은 강행군이었다. 23일(현지시간) LA에 도착한 그는 신형 쏘나타에 마케팅 전략을 최종 점검하고, 연이어 기아차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현장을 잇따라 방문했던 것. 그는 현장을 방문, 직원들에게 "최고 품질의 차를 생산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달 들어 미국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법인(HMA)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형 쏘나타에 대한 출격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그동안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쏘나타 4만여대를 일제히 790여개에 달하는 영업소에 공급,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조엘 에워닉 HMA 부사장은 "향상된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캠리를 대신할 중형 세단으로 쏘나타를 부각시키겠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3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수기를 맞아 현대ㆍ기아차가 승부수를 던진다. 비장의 카드는 낮은 가격도, 공격적인 할인 정책도 아니라 바로 '품질'이다. 이같은 품질 마케팅의 첨병은 신형 쏘나타. 제품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현대ㆍ기아차의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한단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넘쳐나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 전국시대다. 도요타의 리콜 사태로 업체간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도요타와 되찾으려는 미국의 GM, 포드가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파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르노닛산도 딜러점의 마진 폭을 넓혀 주며 도요타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와 달리 '공격 경영'의 대명사 현대ㆍ기아차는 의외로 차분한 반응이다. 가격 대신 품질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실시했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구매자가 실직시 차를 되사는 서비스)외에 별다른 전략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신형 쏘나타와 쏘렌토R에 대한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오히려 다른 업체와 차별화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신형 쏘나타는 2월 출시와 함께 현지 언론으로부터 품질과 관련, 잇따른 호평을 얻었다. 자동차 전문사이트 나다가이드닷컴으로부터는 '이달의 차'(Car of the Month)로 선정되는가 하면, 신차 구입후 3년 뒤 팔 경우 가치를 평가하는 잔존가치 평가에서도 신차가격의 52.8%를 획득, 경쟁모델인 도요타 캠리(49.5%), 닛산 알티마(51.1%), 포드 퓨전(44.4%)을 눌렀다.
이에 대해 일부 현지 언론은 "지난해 럭셔리급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현대차가 올해 신형 쏘나타로 중산층이 선호하는 중형차 부문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렉서스와 캠리를 앞세운 도요타의 전략과 비길만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무엇보다 중산층의 구매가 늘어야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현대차 구매층 중 대학 졸업자 비율은 49%. 1999년 36%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으나 도요타의 57%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팀장은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호성적은 환율효과와 중국 특수에 힘입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올해 야심작 신형 쏘나타와 쏘렌토R이 품질 경영으로 마케팅에 성공한다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업체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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