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외국인 사진작가가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의 주요 인물들과 아픈 역사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내고 있다. 독일인 마티아스 라이(45)씨. 그에게 지금껏 80년 광주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였다.
"5ㆍ18을 알고 나서 왜 광주민중항쟁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무척 의아했습니다. 어찌 보면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보다도 훨씬 의미 있는데 말이죠."
일본 오사카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해외 신문과 잡지에 기고해온 그는 2년 전 한국인 부인 김정희(39)씨와 결혼하면서 5ㆍ18의 참상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충격적이었어요.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온몸으로 맞섰던 광주시민들은 물론 그날의 비극이 서구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그는 그때부터 5ㆍ18을 기록한 사진집을 내겠다고 결심, 부인과 함께 관련 자료를 모으고 카메라에 담을 30여 명의 인물과 38곳의 사적지를 선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처음 광주를 찾아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 광천동성당, 보안사 광주분실 등 5ㆍ18사적지를 촬영했다.
5ㆍ18 유족과 부상자 등도 만나 그들의 고통도 담았다. 당시의 아픔을 끄집어 내야 하는 작업은 고통이었다. 그는 "5월 피해자들과 인터뷰하면서 무척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1차 사진작업을 마친 그는 지난달 21일 다시 한번 광주를 찾았다. 조비오 신부와 오월어머니회 안성례 회장, 박남선 시민군 대장 등 80년 당시 항쟁의 주역들과 관련 사적지 등을 추가로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서다. 11일까지 촬영을 마무리할 그는 5ㆍ18 당시 암울했던 광주 분위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흑백필름을 쓰는 포맷 클래식 카메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두 차례 촬영한 사진들을 정리해 한글과 영문으로 된 사진집 '광주를 기억하며'를 5월 중 출간할 예정이다. 라이씨는 "나는 외국인이지만 역사의 한복판에서 고통 받았던 광주시민을 만났을 때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세계인들도 나처럼 5ㆍ18 역사를 통해 인권과 평화를 배운다면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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