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햇살 따사로운 7월의 어느 날, 4반세기 동안 경쟁하고 협력하던 세 친구가 (실리콘)밸리에 모여 소다를 마셨다.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 CBS CEO 레스 문베즈, 뉴스코러레이션 COO 피터 처닌이 그들이었다. 세 사람은 고요한 연못가에 앉아 있었지만 그들의 세상은 평온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껏 잘 달려왔지."처닌이 농담처럼 말했다. "그래, 하지만 파티에 왔더니 예쁜 여자들이 다 가버린 느낌인데."아이거가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 꼭 마이애미 해변에서 다리에 담요 덮고 앉아 있는 노인네들 같잖아!"문베즈가 말했다.>
■ 미국 주간지 <뉴요커> 의 수석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가 지난해 출간한 에 나오는 가상의 얘기다. 1995년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두 천재(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가 1998년 구글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2004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필적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이후 구글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추적한 이 책의 요지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마디로 우리가 늘 접하고 호흡하는 세상은'구글 당했다'는 것이다. 뉴요커>
■ 얼마 전 나온 국내 번역판도 '구글드'란 영어표현 이상의 제목을 찾기 어려웠던가 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선 구글 창업그룹의 정열과 비전에 감탄하게 되고 불과 10년 사이에 일어난 혁명적 변화에 놀라다가 결국엔 공포에 가까운 전율과 절박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 방송 미디어계의 세 거두가 축 늘어져 토로하는 회한과 한탄, 자위에 절로 공감이 간다.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는 한 뼘 높이밖에 안되던 물결이 해안을 때릴 때는 쓰나미가 된다"는 진리를 외면하다 구글이 만든 질서에 그들의 제국을 내줘야 했으니 말이다.
■ 한국에선 구글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개방-공유-소통을 핵심가치로 구글이 불과 10여년 만에 검색시장은 물론 신문 방송 출판 영화 광고 등 올드미디어 영역을 차례차례 점령해온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다. 최근 온라인 사진편집사이트 '피크닉'을 인수해 62번째 M&A를 기록한 구글은 PC운영체제(OS)와 모바일 영역까지 침투해 운명적 라이벌인 MS 및 애플과 '아마겟돈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결과가 사악하든 지혜롭든, 이미 구글은 역사를 새로 썼고 메시지는 이어진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면 죽는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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