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면 뭣 하러 고시 금리를 발표하나요?"
은행들이 최근 선보인 새로운 기준금리, 즉 코픽스(COFIX) 대출상품을 접했던 고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발표된 고시금리만 믿고 비교를 해서 은행에 문의했더니, 실제 대출금리는 훨씬 높게 산정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이렇다. 몇몇 은행(신한 외환 SC제일 등)들은 코픽스 대출금리를 발표할 때, 고객이 부담하는 0.2%포인트 정도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뺀 채 고시했다. 그러다 보니 출연료를 대출금리에 포함시킨 다른 은행들보다, 그만큼 대출금리가 낮게 보일 수 밖에. 하지만 고시된 금리만 보고 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던 고객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대출이자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높아졌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출연료를 금리에 꼭 넣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고시 금리라는 것 자체가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해 발표하는 것이어서 출연료를 넣든, 빼든 그건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고시된 금리를 믿는다. 고시된 최고금리는 말 그대로 고객이 실질적 부담하게 될 이자비용의 최대치다. 그렇다면 출연료를 최고금리에 넣든, 아니면 어떤 형태로라도 출연료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소상히 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소비자보호'는 요즘 금융당국의 최고 화두다. 감독당국 안에 소비자보호담당 부서가 신설되고, 이런 저런 대책들도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말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면, 이런 고시금리와 실질이자부담의 불일치 같은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금융당국이나 은행연합회 등이 나서, 대출금리 고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으면 한다.
어차피 코픽스 대출도 금융당국 의중에 따라 은행권 공통으로 만든 것인 만큼, 금리고시 기준도 통일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엿장수 맘대로'식의 금리고시라면, 소비자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손재언 경제부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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