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신 책을 들춰 보면서 예전에 내가 이렇게 힘들게 운동했었구나 새삼 떠올리게 됐어요. 저에 관한 책이지만 해이해질 때마다 나를 잡아 줄 수 있는, 제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미 LPGA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 신인상과 최연소 상금왕, 다승 공동1위를 휩쓸며 한국 골프의 역사를 다시 쓴 골프선수 신지애(22). 그의 삶과 골프 이야기를 담은 책 <파이널 퀸 신지애, 골프로 비상하다> (민음인 발행)가 출간됐다. 아버지 신제섭(50)씨가 딸의 어린 시절부터 ‘골프여제’로 등극하기까지의 매 순간을 꼼꼼하게 기록해뒀다 만든 책으로, 신지애의 가족사와 주니어골퍼 학부모를 위한 조언, 골프 노하우 등이 두루 담겼다. 파이널>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아버지와 함께 자리한 신지애는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내 인생을 크게 바꿔 놓았다”면서 “저에 관해 갖고 계셨던 궁금증들이 이 책을 통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 부녀는 주니어 골프계에서 가장 지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아버지와 가장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로 불렸다. 신씨는 딸이 엄지발가락 수술을 했을 때도 골프화의 발가락 부분을 도려내 신기고 연습을 시킬 정도로 독한 아버지였고, 딸은 그런 아버지의 훈육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 덕분에 골프 입문 11년 만에 세계 정상의 골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목회자 출신인 신씨는 “제가 감정표현이 적은 데다 우리 부녀가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니라 오해가 생길 때도 적잖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딸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자녀 중 둘째 지원양까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합격시킨 덕에 신씨는 요즘 자녀교육의 비결을 묻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그의 대답은 자녀를 믿고 큰 틀 안에서 자율성을 주라는 것이다. 골프에 재능을 보인 큰 딸 지애에게 과감하게 전 재산을 투자한 것도 그런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2003년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치료비와 빚 등을 청산하고 나니 수중에 남는 돈이 1,900만원이었습니다. 제가 지애한테 그랬죠. ‘이 중 1,700만원으로 1년간 너 골프를 시킬란다. 그 안에 네가 성공하지 못하면 이 아빠가 200만원으로 붕어빵 장사를 해서 또 1년을 더 시키겠다. 이 돈은 엄마 생명과 바꾼 돈이니까 한 타 한 타 칠 때마다 신중하게 쳐라.’ 나중에 지애가 그러더군요. 그때부터 골프가 인생의 벼랑 끝 승부수가 됐다고.”
신씨는 요즘 딸을 많이 풀어놓았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세운 목표를 90% 이상 이뤘기 때문에 이제는 딸이 ‘즐기는 골프’를 치기 바라기 때문이다.
“지애가 여러 차례 그랬어요. ‘내 소중한 인생을 골프로만 마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10년만 골프를 치겠다’. 10년 후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요새는 그 밑그림을 그리느라 바쁩니다.”
21세에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골프 여제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할까. 살짝 귀띔하자면, 신지애는 골프와는 전혀 상관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카페를 차리고 싶어 한단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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