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통 채색도자기 ‘파양스’를 만드는 장인기업인 HB앙리오. 프랑스 브루타뉴에서 1690년 설립돼 320년 전통을 자랑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달러 약세와 세계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이 기업이 프랑스가 아닌 다른 국가에 있었다면 이미 도산했을지 모른다. 뉴욕타임스(NTY)는 7일 서유럽국가 중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프랑스의 비밀을 파헤쳤다.
프랑스 경제재정산업부 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전략을 ‘3T’로 요약했다. 제때(timely), 일시적으로(temporary), 그리고 목표를 정해(targeted)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금융위기로 입을 피해에 가장 신속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의 납세 기한을 늦춰주고, 세금공제를 늘렸으며, 세금신고를 연기해줬다. 특히 근로자 한 명 당 한달 월급 분량의 보조금을 회사에 지원해줬다. 이 때문에 HB앙리오는 54명의 근로자를 그대로 유지하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또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설립한 ‘신용 중재’제도를 이용해 재심을 요청할 수 있었고, 이 제도를 통해 약 15만명을 고용한 1만6,000개의 회사가 대출을 받아 한숨을 돌렸다. 그뿐 아니라 HB앙리오의 경우 정부 지원금으로 미국 등의 박람회를 여행하며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NYT는 HB앙리오의 사례를 두고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뿐 아니라, 프랑스가 어떻게 유럽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국가가 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4분기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국내총생산(GDP)이 성장세로 전환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조차 회복이 늦어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눈에 띄는 성과였다.
물론 이 같은 성공을 정부의 역할보다 프랑스 경제 체질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알렉산드르 들레그는 “프랑스는 아일랜드나 스페인보다 부동산이 덜 중요하며, 영국보다 금융이 덜 중요하고, (수출이 많은) 독일보다 동유럽 경기에 덜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는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우파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하며 세금은 깎으면서도 연금ㆍ복지비용은 늘려온 이유가 크다. 프랑스는 유럽국가들 중에서도 재정적자 비중이 높은 편이며, 올해는 국내총생산(GDP)의 8.2%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EU기준 3%를 훨씬 상회한다. 파리 고등사범학교 다니엘 코헨 교수는 “정부는 ‘증세(增稅)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재정적자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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