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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7>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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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7>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입력
2010.03.1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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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가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경우는 드물다. 성공 사례는 더더욱 희귀하다. 하지만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예외로 여겨진다. 그는 서울대 병원 교수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내과 명의로 이름을 날렸다.

심장병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통했으나, 삼성이 성균관대 재단을 인수하면서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2003년 대학CEO 무대에 뛰어든 그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은 총장 연임에서 확인됐다는 게 학교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 총장은"재정적인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소위 '삼성 효과'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는 "비판적 사고를 지닌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과 세계 수준의 대학 진입이 목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학사구조 개편, 모집단위 광역화, 학부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 총장은 특성화에도 강한 집념을 보였다. "특성화에 기반한 학문융합과 글로벌 네트워크,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교육은 대학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성균관대의 목적지가 그려졌다.

_최근 정운찬 총리가 대입 3불(不) 정책의 일부 완화를 시사했습니다.

"사실 3불에서 언급되는 제도들이 지금까진 부정적으로 부각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3불이 무너지면 이상한 현상이 생기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_3불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예를들어 서울 강남의 고교 출신과 울릉도 출신을 같은 잣대로 보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봐요. 공부할 여건이 어려운 곳에서 잘했으면 더 낫다는 평가를 해야지요. 결국 전국 고교별 특성화 상황을 보고 판단할 문제 아닐까요. 그렇다고 꼴찌부터 일등까지 줄 세우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역ㆍ학교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출신학교를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요. 교사들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가르쳤느냐 하는 것을 대학에서 볼려는 목적입니다.

고교등급제는 용어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선배들의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학교별 특성은 반영해야지요. 그것을 두고 등급제라고 하긴 어려워요."

_고교등급제 대신 적절한 용어가 있을까요.

"일단 고교특성, 즉 농어촌인지, 중소도시인지, 대도시인지, 아니면 커리큘럼은 어떤지, 교사는 얼마나 열정적인가 등을 봐야 해요. 물론 대학도 잘못한 측면은 있어요. 입시가 끝날 때마다 강남 출신 학생들을 우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데, 그런 것을 스스로 극복해야 해요. 교육당국과 일선 고교,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면 고교등급제를 대체할 좋은 용어가 나오지 않겠어요?"

_일부 주요 사립대 총장들은 기여입학제에 찬성합니다.

"기여입학제가 시행되면 이익을 보는 학교는 연세대와 고려대 정도일 겁니다. 서울대에서 기여입학제를 한다는 것은 어렵겠지요. 하지만 기여입학제가 무분별하게 도입되면 특정대학 A학과 몇억원 하는 식으로 가격이 매겨질 겁니다. 총리가 언급한 것 처럼 기여입학제는 (시행하더라도) 정원 외로 소수 학생에게 적용해야 해요.

돈 내고 돈 먹기 식이어선 곤란해요. 사심 없이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 등이 좋다고 봐요. 이는 대학 입장에서도 좋은 방안이지요.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대통령 가문 등 명문가 자녀 한명을 뽑아줌으로써 학교 출신들이 정부 진출을 많이 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학교 입장에선 어려운 재정에도 큰 보탬이 되겠지요."

_기여입학제를 하면 대학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교 졸업생의 83%가 대학에 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더 이상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의무교육과 같은 차원에서 봐야 해요. 사립대학은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해요. 학생들 입장에서 국내에 선호하는 대학이 없으면 외국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바람직하지 않아요. 또 정부 지원 없이 법인 전입금만으로 경쟁력있는 대학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어요. 물론 등록금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요. 결국 정부지원을 늘리고 여유있는 곳에서 돈을 받아 모든 학생에게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세계 대학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_성균관대 재단 주인이 삼성으로 바뀐지 올해로 13년이 됐지요.

"재정 지원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각종 시설투자와 우수학생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혜택을 받고 있어요. 학교 발전에 삼성이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어요. 삼성 브랜드 파워도 체감했어요. 의대의 경?첫 졸업생이 배출되기도 전에 이미 전국 의대 중 톱 클래스로 인정 받았어요.

중국 베이징(北京)대나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와 협정을 맺을때에도 일화가 있어요. 성균관대라고 했더니 시큰둥했는데, '삼성이 운영하는 학교'라고 했더니 바로 협정을 하자고 제안합디다."(삼성이 성균관대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 평균 1,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_졸업생들이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삼성 취업이 유리하겠네요.

"그런 말들이 많지만 근거가 없습니다. 삼성이 지원하는 학교니까 취업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물론 휴대폰학과 등 계약학과에서는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졸업 후 취업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지만, 다른 학과는 삼성 취업에 가산점을 주는 식의 일은 절대 없어요. 특정 대학 출신에 특혜를 줄 경우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다른 대학 출신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_졸업생의 삼성 계열사 취업 비율은 다른 대학보다 높은 것 아닌가요.

"그건 맞아요. 그런데 오히려 걱정이에요. 자녀들에게 성균관대에 진학해 삼성 취업하라는 학부모들이 적지않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이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졸업생들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성 취업 준비에만 몰려들어 문제로 느끼고 있어요. 10대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들 중 반 이상이 삼성에 취업했어요.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서 총장은 자료 하나를 건넸다. '성균관대 학교 발전 관련 지표'였다. 삼성 인수 전ㆍ후를 비교한 것이다. 졸업생들의 10대 그룹 취업현황도 들어있었다. 2008년 취업자 875명 중 무려 492명이 삼성에 취업한 것으로 돼 있다. 다른 기업 취업은 어땠을까. lg 111명, 현대 53명이었다. 서 총장의 '취업 편식'우려가 이유가 있었다.>

_입학사정관제의 정성(定性)적 평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입학사정관제가 잘 발전돼야한다고 봐요. 입학사정관제를 하지 않을 경우 정량(定量)적 수치만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밖에 없어요. 0.01점 차이로 떨어져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거지요. 좋은 인재를 뽑아 더 좋은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 대학의 목표입니다. 적합한 학생을 뽑아야 해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점수 이외에 다양한 지표를 갖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학생을 뽑을 수 있어요. 창의성, 도전정신, 화합, 협동정신 등의 정성적 평가를 그래서 고려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정성적 평가를 학부형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정성적 평가를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인프라, 신뢰 기반이 형성 안된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확대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_해법은 없을까요.

"정성적 지표를 객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이 뒷받침되고 전문 입학사정관도 늘리면서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양심적으로 전문성을 갖고 자란 환경 등을 사심 없이 채점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명성을 쌓아 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입학 사정은 공정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어요. 물론 여기에 필요한 투자를 정부나 대학이 과감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_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올해 입시부터 수시모집을 확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

"성균관대도 수시 모집을 늘릴 계획이에요. 수시 확대는 여러 측면이 있어요. 학생들 특성을 감안해 대학이 재량권을 행사하는 것은 일종의 입도선매를 한다는것이지요. 그런데 수시 전형은 아주 다양합니다. 논술만 보기도 하고 면접만 보기도 해요. 내신 성적 비중이 큰 경우도 있어요. 따라서 학생들의 선호도 역시 다르지요. 이렇게본다면 패자부활전도 수시 안에서 가능하다고 봐요. 물론 수시가 과도하게 많아지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요. 합리적인 수준에서 비율을 맞춰야 겠지요. 고교 전체 학생들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봐요."

_학부제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문을 세분화시키는 것은 대학원에서도 가능해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학생들이 합리적인 교양을 갖추는 것이지요. 법조인이 목표라고 해서 법학 공부만 한다거나 의사가 되겠다고 생물, 의학 공부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앞으로 융ㆍ복합학문이 발전해야 해요. 특정 전공 하나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부제를 통해 보다 넓은 세상을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 진로를 한 가지만 결정하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돼요. 진로를 바꿀 틈도 열어줘야 합니다."

<그는 "학과제로 운영할 학과도 있다"고 했다. 미대나 약대가 그런 경우라는것이다. 그러나 학부제에 대한 소신은 분명했다. 서 총장은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 이른바 '프廣鴉킬?스쿨'이 강화되면서 강조되는 것은 학문 교양인으로써 기초를 잘 쌓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_신캠퍼스를 조성한다면서요.

"평택에 신 캠퍼스를 추진 중입니다. 규모는 32만~33만평 정도가 될 겁니다. 산학연구단지와 교육시설, 기숙사 시설 등이 들어갑니다. 외국 유학생 유치에도 일조할 걸로 보고 있어요. 이공계통의 신기술 개발 연구와 교육을 겸하는 곳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정리=박철현 기자 karam@hk.co.kr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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