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극적 반전을 연출해 내는 스포츠에서 짜릿한 감동을 맛보곤 한다.
전력이 강한 상대 팀의 당연한 승리 방정식 보단, 역경을 딛고 일어나 써 내려간 성공 시나리오에서 더 큰 환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다. 한번 실패한 이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으려는'패자부활전'이 주목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패자부활전을 거쳐 '인생역전'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생활가전 기업인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와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 이들은 한 때, 거침없는 상승세로 국내 정보기술(IT)ㆍ전자 업계의 다크호스로 통했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좌초, 대우일렉은 2000년1월에, 팬택은 2007년4월부터 각각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현재까지도 워크아웃이란 패자부활전을 진행 중이다. 많은 시련도 있었지만 이들은 현재 혹독한 자구 노력을 진행하며 운명의 추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조금씩 되돌려 놓고 있다.
팬택, 선택과 집중 전략 적중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인 2007년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팬택은 10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팬택의 2009년4분기 매출은 약 3,950억원과 영업이익은 1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년에 비해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히트모델 배출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선택과 집중'을 미국내 2위 사업자인 AT&T를 통해 선보인 '매트릭스'(2008년10월 출시) 메시징폰이 밀리언셀러(누적 100만대 판매모델)에 올랐고, 올해 1월엔 일본 중장년층을 겨냥해 선보인'W62PT'(2008년9월 출시) 제품을 현지 사업자인 KDDI에 100만대의 누적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효율적인 연구ㆍ개발(R&D)과 불필요한 비용 감소 등을 핵심으로 2009년부터 전개해 온 'e맥스' 사내 혁신 운동도 팬택의 실적 향상을 돕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무난히 성장 가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 팬택은 올해 매출 3조원에, 영업이익 목표는 2,000억원으로 정했다. 팬택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무선랜(와이파이)폰 등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첨단 제품 출시로 신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올해를 독자 생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분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대우일렉, 틈새시장 공략 '빛'
지난해 매출 1조1,272억원에 영업이익 410억원을 거둔 대우일렉도 호시탐탐 정상 궤도 진입을 노리고 있다.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2009년 이성 대표가 회사를 맡은 이후 영업이익은 4분기 연속 흑자 행진 꼬리표를 이어갔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사업분야를 정리하고, 냉장고와 세탁기 중심의 '백색전문' 기업을 표방하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알제리와 베네수엘라,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중동ㆍ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틈새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알제리 드럼세탁기 시장에선 20%가 넘는 점유율로 1위에 올랐고, 베트남 냉장고 시장에서도 3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지켜냈다.
2009년 중동 지역 매출은 전년대비 250% 이상 증가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에 거둔 실적(매출 2,530억원ㆍ영업이익 158억원) 이상은 무난할 것이란 게 회사 안팎의 추산이다. 이 같은 내실을 기반으로 대우일렉이 올해 세운 목표는 매출 1조6,000억원에 영업이익 683억원. 대우일렉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경쟁력 갖춘 해외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올해를 백색가전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하는 원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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