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지금 7일 발표된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받은 '허트 로커'나 3관왕에 오른 사상 최대 흥행작 '아바타' 못지않게 주목 받는 영화가 한 편 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미국 영화 '더 코브'(Coveㆍ후미)다. 영화가 일본 전통어업인 '돌고래잡이'를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무대는 일본 중남부 태평양연안의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초(太地町). 일본식 고래잡이를 처음 시작한 마을로도 알려져 있는 이 곳에서는 400년 전부터 전통어업의 하나로 근해 돌고래를 식용으로 잡아 왔다. 상업 목적의 고래잡이는 국제포경위원회가 금지했기 때문에 근해에서는 사라졌지만 돌고래 어업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이곳을 비롯해 일본 여러 지역에서 엄격한 남획관리 규정에 따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환경보호운동가들이 7년간 다이지초를 방문해 도촬까지 감행하며 찍은 이 영화에는 어선을 이용해 돌고래 떼를 연안 후미로 몰아놓은 뒤 작살로 잡아 올려 바다가 핏빛으로 물드는 장면 등 충격적 영상이 담겨 있다.
아카데미상 이전에도 많은 상을 수상한 이 영화를 본 미국, 유럽 등의 관객들 사이에서 "돌고래잡이가 잔혹하다"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남극해 고래잡이를 비판하고 있는 호주 북서부 한 지방 의회는 지난해 8월 이 문제가 불거지자 다이지초와의 자매결연을 정지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식문화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주민 반발로 정지결정을 번복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돌고래까지 잡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 "개고기 식용은 한국문화라는 한국인을 어떻게 비난하겠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 때문에 졸지에 야만인 취급을 받게 된 다이지초 주민을 비롯 불만도 적지 않다. 아카데미 수상에 대해 마을대표는 "음식문화는 지역의 오랜 전통이나 실정을 이해하고 상호 존중하는 정신이 중요하다"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출입금지구역에 숨어 들어 도촬한 것은 물론 허락 없이 주민들의 얼굴을 영상으로 공개하고 심지어 "재팬 마피아"로 매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르면 5월께 일본상영이 계획돼 있어 일본 내에서 찬반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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