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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테이' "서울은 단기기억 상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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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테이' "서울은 단기기억 상실증"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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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등 지음ㆍ송소민 옮김/갤리온 발행ㆍ256쪽ㆍ1만2,000원

<스테이> 는 전 세계 작가 11명이 지금 살고 있거나 한때 살았던 도시와 그곳에서의 삶을 서술한 에세이집이다. 수록된 12편의 글은 2008년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체 차이퉁'에 연재된 뒤 그해 독일에서 단행본으로 묶여 출간됐다.

쥐드도이체 차이퉁의 편집자로 이 책을 엮은 알렉스 륄레는 "마구잡이로 번성하고 있는 도시들의 카오스적 현상을 설명하는 한 방편으로 서울, 런던, 멕시코시티, 베이징, 도쿄, 봄베이 등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12곳에 살거나 살았던 작가들에게 자신의 도시에 대한 초상을 써달라고 청탁했다"고 서문에 적었다.

서울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소설가 김영하(42)씨는 쉴새없이 변모하는 서울에 '단기 기억 상실증' 진단을 내린다. 김씨는 몇해 전 성장기를 보낸 잠실 아파트의 재개발 현장을 찾아갔던 경험을 적었다. "그 황량한 지역 어디선가 여자 친구와 첫 키스를 했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했으며, 놀이터 그네에 앉아 짝사랑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제 내 기억은 고향을 잃었다."

테헤란에서 나고 자란 이란 작가 아미르 하싼 체헬탄(54)은 "몸을 파는 여자의 자식으로 산다는 것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죠. 나는 그녀를 미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어머니입니다"라는 말로 정치ㆍ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고향에 대한 애증을 표시한다.

조국 나이지리아에서 반정부적 책을 썼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미국으로 망명한 크리스 아바니(43)는 나이지리아의 옛 수도 라고스, 현 거주지인 로스앤젤레스에 대해 각각 글을 썼다. "정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문구로 라고스의 열악한 상황을 표현한 그는, 그러나 향수를 감추진 못한다. "나는 지금 로스앤젤레스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미식가를 위한 라고스의 레스토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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