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실종된 이유리(13)양이 11일 만에 집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6일 오후 9시23분께 이양의 집에서 직선으로 50m, 도보로 100m가량 떨어진 권모(67)씨 집 보일러실 위 빈 물탱크(높이 125cm 둘레275cm 폭88cm) 바닥에서 이양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발견 당시 이양은 알몸 상태로 손발이 끈으로 묶인 채 검정색 봉지에 담겨 있었고, 그 위에 횟가루가 뿌려져 있고 대리석판과 벽돌 1장, 건축용 타일 6장이 덮여 있어 치밀하게 위장된 상태였다. 주변에 이양의 옷과 신발을 담은 검정색 봉지와 스티로폼 조각도 놓여 있었다.
경찰은 이날 이양을 부검해 사망원인을 경부 압박 등으로 인한 질식사로 결론 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당한 흔적이 확인됐다"며 "범인이 이양을 성폭행한 후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망시점에 대해선 아직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양은 지난달 24일 오후 7시께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당시 이양의 집에는 이양의 휴대전화기와 안경이 남아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 외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화 발자국 3,4점이 발견돼 납치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 발생 후 2만여명의 인력과 헬기, 수색견 등을 동원하고도 이양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물탱크는 이양의 집에서 불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집 주인 권씨가 수년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둬 사람을 숨길 만한 장소였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수색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초기 수색대상에서 물탱크 정화조 등은 제외하고 빈집이나 폐가만을 집중적으로 뒤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이양이나 용의자를 본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일대 폐쇄회로(CC)TV 37대에도 용의자 등이 찍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뒤늦게 정밀수색을 실시해, 이양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또 사건 초기인 지난달 27일부터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김길태(33)씨를 눈앞에서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경찰은 이양 인근 주택에서 나온 지문 등을 통해 문제의 화장실 발자국이 김씨 것으로 보고 추적했다. 경찰은 이달 3일 이양의 집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빈집을 수색하다 김씨를 발견했지만 놓치고 말았고, 김씨의 예상 도주로도 봉쇄하지 못했다.
경찰의 초기 대응도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력이 나쁜 이양(왼쪽 0.2, 오른쪽 0.5)이 안경을 두고 사라졌고, 외부인 발자국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은 납치보다는 단순 실종에 무게를 뒀다가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오전에야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경찰은 또 김씨의 성폭행 전과기록에 살인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이양이 죽지 않았을 것"이란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키 175cm가량에 호리호리한 체격인 김씨는 지난 1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주택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지명 수배된 상태였다. 이날 오후 1시께 현장을 둘러 본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 일대가 빈집이 많아 우범지역으로 보이는 만큼 순찰을 강화하겠다"며 "용의자가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어 전국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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