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건너갔던 조선시대 회화 작품을 모은 전시가 열린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10일 개막하는 '500년 만의 귀향'전이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가 10여년 간 일본에서 수집한 작품으로 꾸민 이번 전시에서는 말, 호랑이, 원숭이 등을 그린 동물화와 중국 고사를 화폭에 옮긴 고사도 등 30여 점을 볼 수 있다. 대부분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일본인들은 중국에 대한 열망이 강해 진경산수화나 풍속화 등 조선적인 그림보다 고사도를 선호했으며, 동물화는 무속적 성격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전시작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은 15~16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미상의 '방목도(放牧圖)'. 가로 119.5cm의 긴 그림에 풀을 뜯고 뒹굴거나 등을 긁는 등 다양한 말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왕실의 말을 사육한 목장을 그린 것으로, 궁중 화원이 임금에게 보이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말과 목장을 관리하는 관청인 사복시(司僕寺)를 두고 전국에 120개의 목장을 설치하는 등 말을 중요시했던 조선의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교수는 "보물로 지정된 숙종 때의 '목장지도'첩 중 '진헌마정색도(進獻馬正色圖)'의 전거가 되는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현재 남아있는 말 그림 중에서는 가장 연대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작자 미상인 '류계세마도(柳溪洗馬圖)' 역시 말을 소재로 했다. 17~18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가운데 목동들이 말을 씻기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까치호랑이' '맹호가족도' 등 실감나는 호랑이 그림들도 눈길을 끈다.
산수와 어우러진 누각을 조선 모시에 정교하게 그린 '누각산수도(樓閣山水圖)'는 16세기 후반 조선에서 유행했던 명대 산수화풍이 뚜렷하다. 가을 단풍 풍경을 담은 '풍림정거도(楓林停車圖)'와 '송파휴금도(松坡携琴圖)' 등도 수작으로 꼽힌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02)720-1524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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