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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혁을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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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혁을 응원하자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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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폐쇄, 의식 소실, 청각 장애….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녀석의 안약 설명서에 있는 주의사항이다. 평범한 안약에 이런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니…. 아는 의사를 만난 참에 물었더니 "부작용 없는 약은 없어요"란다. 하긴 그렇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부작용(副作用)이 꼭 따라 다닌다. 현 정부의 야심찬 교육개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공정성이 낮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주장에 이어 최근에는 부정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부작용 있더라도 고쳐야

자율형 사립고도 귀족학교 논란에 이어 부정입학이 문제가 되었다. 현 정부의 핵심적인 두 교육개혁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교육과학기술부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며 개혁과 부작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부작용 없는 약 없듯이 어떤 개혁이든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반대론자들은 그 부작용을 내세우며 개혁을 저지하려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FTA 때도 그랬고 김대중 대통령의 의약분업, 공기업 민영화 때도 그랬다. 김영삼 대통령이 전격 도입한 금융실명제는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10여년을 끌었다. 아무런 육아준비 없이 아이를 낳으면 되겠느냐는 비유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육아 준비가 100% 완료된 상태에서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필요한 육아준비를 하는 것이다.

국정개혁에 일정한 부작용이 예상될 경우 개혁을 추진해야 할지는 그 부작용의 가능성과 심각성에 달려 있다. 분명한 점은 일반 국민은 그 부작용에 더 관심을 두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눈길을 안 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공기업을 민영화하자고 하면 효과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만 난무한다. 개혁 반대론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위기가 지배하는 사회에는 발전적인 변화가 찾아오기 어렵다.

일본의 침체가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화가 싹트는 1990년 전후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안정을 추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일본의 보수적인 문화가 신속하고 유연한 적응을 요구하는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우정사업 민영화가 다시 보류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로 인한 국가적 활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평균 연령은 높아도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사회는 여전히 활력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아직 발전단계에 있다. 앞으로도 많은 개혁을 해야 한다. 물론 아무 개혁이나 무턱대고 시작해서는 안 된다. 또 정부는 개혁 과정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100% 성숙된 여건에서 개혁을 추진하려다간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입학사정관제와 자율형 사립고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시험성적보다는 미실현 잠재력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자는 좋은 제도이다. 지금은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할 때이다. 자율형 사립고 역시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우리의 사학을 진정한 사학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장기적으론 모든 사립고가 자율형으로 전환하여 공립학교와 공존하는 구도로 가야 하며 '자율'의 폭도 커져야 한다.

개혁 추진자들 피해 없게

개혁의 부작용은 개혁 회의론을 넘어 정책 관련자에 대한 질책까지 불러온다. 그러나 이것은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개혁을 추진했다가 온갖 질책을 받게 된다면 누가 새로운 일을 하려 하겠는가?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은 외롭다. <군주론> 의 저자 마키아벨리는 "개혁자는 개혁의 피해자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지만 수혜자로부터의 지원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갈파한 바 있다.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개혁하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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