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신·실버 가구 증가…미니하우스 바람!
세상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 집도 그렇다. 지난 반세기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통해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왔듯이, 집은 앞으로도 경제ㆍ사회환경 트렌드에 맞춰 계속 진화할 것이다. 고령화와 첨단기술, 친환경의 시대가 될 미래의 주택은 과연 어떤 모습 일까. 변화하는 주거 패러다임과 이에 대한 국내 주택건설업계의 대응 방향을 5회 시리즈로 모색해본다.
'작은 집'의 혁명이 시작된다.
노인 가구 및 1ㆍ2인 중심의 '소핵(小核) 가구' 증가에 따라 앞으론 이들을 타깃으로 한 소형주택이 새로운 주택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여성 전용 싱글 주택에서 고소득 독신 재택근무자용 주택, 노부부 전용 실버주택 등이 주거 틈새시장의 한계를 넘어 주택공급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3ㆍ4인 가구 중심에서 2인 이하 소형 가구 중심으로 옮겨간 가구구조의 변화가 미래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달라진 주거 수요 구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519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4,874만7,000명)의 10.7%에 달한다. 30년전(1980년 3.8%)보다 그 비중이 3배 가량으로 높아졌다. 2040년이 되면 노령인구비중이 무려 32%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홀로 가구'(341만5,000가구)와 2인 가구(703만2,000가구)의 비중도 전체 가구에서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세 집 건너 한 집은 흔히 말하는 1ㆍ2인 '소핵' 가구인 셈. 2015년이면 전체 가구의 절반은 1ㆍ2인 가구가 차지할 전망이다. 노령 가구 및 1ㆍ2인 가구 증가와 앞으로 그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은 앞으로 주택 수요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자리 뺏긴 중대형
얼마 전 만해도 주택분양시장에서 중소형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것이 현실. 무작정 '큰 집' 선호가 대세였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가능해진 소형주택의 파격 설계변신은 주택 소형화 추세를 한층 앞당겼다. SK건설은 전용 85㎡ 주택에도 무려 방을 5개까지 넣을 수 있는 혁신적인 평면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중견 건설사 한양은 수도권 분양 아파트에 최고급 대형평형에만 허락하던 최고층 펜트하우스를 85㎡ 중소형 주택으로 내놓기도 했다. '작은 집'이 더 이상 '작은 집'이 아닌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요는 중소형에만 집중되고 미분양의 대부분은 85㎡가 넘는 중대형에 몰리게 됐다. '미분양=소형'이던 게 엊그제인데,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도 수익성은 높지만 수요가 적은 중대형 아파트보다, 수익성은 좀 낮더라도 수요가 늘고 있는 중소형 공급 위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관련 설계도 개발 중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올 상반기중 대구 동구 봉무동에서 분양할 아파트의 중소형 비중을 당초 계획보다 높여 80%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국토지신탁도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서 분양할 아파트에 중대형을 없애고 모두 전용 85㎡ 미만으로만 채우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바꿨다.
건설업계 잰걸음
소형 주택 시장의 부각으로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소형 건설시장을 선점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전과 달라진 것은, 과거 '집장사' 수준의 영세 건설사 일색이던 소형 주택 건설 시장에 대형 건설사의 진입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움직임이 두드러진 곳은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이미 지난해 소형주택 전용 브랜드 '캐슬 루미니'를 발표하고 상표등록을 신청했으며, 조만간 서울 강남권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박영준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 디자인전략담당 차장은 "1ㆍ2인 가구 가운데 독신 직장인, 신혼부부 등 수요자 상황에 따라 설계를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지금은 '미니주택'이 틈새시장으로 발걸음을 뗀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주택수요의 중심적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S건설은 1ㆍ2인 가구, 맞벌이 부부가구 등 다양한 소가구 주거 패턴을 충족시킬 '가변형 유니트'를 개발중이다. GS건설은 향후 설계 검토중인 프로젝트 단지 중에 이 시스템을 시범 적용할 계획이며, 실용신안 등록 및 특허출원 추진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소형주택개발추진팀을 만든 대림산업도 꾸준히 소형 시장 트렌드 조사를 하고 있으며, 향후 공급규모 등 관련 사업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금호건설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직원 공모를 통해 소형주택에 붙일 '쁘띠메종'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정하고 향후 공급방식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은 이미 서울과 대전 등 4곳에서 1ㆍ2인 가구 전용 주택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에서만 50개 사업지에서 소형주택 건설을 검토하고 聆만?조만간 7개 현장에서 추가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최근 원룸이나, 실버주택, 기숙사형 주택을 준주택 개념으로 보고 제도적 지원을 내놓으면서 소형주택 공급을 위한 제반 여건이 나아졌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 공급에 대비하는 것은 건설사 생존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업계도 패턴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결 과제도 많아
상당수 건설사들이 1ㆍ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소형 주택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땅값과 ▦중대형에 비해 더 드는 면적(㎡) 당 공사비 ▦아직 성숙되지 않은 시장 초기진입에 따른 리스크 등은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많은 건설사들이 소형주택 건설에 대한 사실상의 준비를 마치고도 사업 본격화에 물꼬를 트지 못한 것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원룸ㆍ기숙사형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곳도 아직까진 소규모 전문건설업체 정도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도심 소형주택 건설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도시 인구 과밀에 따른 주차 문제 등 실거주와 관련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며 "도심 차량 이용을 제한하거나 제한된 주차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주차 시스템 마련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전문가 진단/ 주택분류 다양화 등 제도적 여건 마련을
우리나라 출산율은 1983년 2.1명 이하로 하락한 이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총인구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 감소 추세와 달리 빠른 고령화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1ㆍ2인 소형가구의 비중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노인가구 및 1ㆍ2인 가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주택 건설 공급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주택업체들도 2인 이하 가구의 증가와 '미니 주택'에 대한 선호를 설계에 반영하는 등 새로운 수요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일부 현장에선 관련 주택 보급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인구ㆍ가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근접)의 원룸 및 오피스텔을 공급하고, 도심지 재개발에 따라 비는 노후 건물을 주택으로 개량해 1인 가구에게 공급하는 방안 등은 모두 여기에 궤를 맞춘 것들이다.
업계와 정부의 노력이 시작되긴 했지만 아직 다양한 종류의 소형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동안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다양한 주거유형의 개발보다는 4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아파트 공급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주택 수요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다양한 주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현행 주택법은 주택 공급의 대상을 '세대원이 있는 가족 중심의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인구ㆍ사회구조의 변화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민간이 다양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제도상의 주택분류를 다양하게 구분하는 것부터 바꿔봄 직하다. 아울러 세제 지원과 함께 국민주택기금의 지원 범위를 조정하는 등 미래 주택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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