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폭탄이 두렵지 않다. 우리는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바그다드 북부 수니파 지역 투표자)
"(분열을 일삼는) 적의 심장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투표소로 가라."(한 시아파 성직자)
시아파도, 수니파도 따로 없었다. 종파간 폭력의 악순환을 끝내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에 수 많은 이라크인들이 7일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가 시작된 아침부터 박격포가 날아들고 폭탄이 터져 바그다드 시내에서만 36명이 사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투표행렬은 길어졌다. 모든 교통수단의 운행이 차단된 가운데 이중 삼중의 검문과 수 차례의 몸수색 끝에 어렵게 한 표를 행사한 한 여인은 마치 큰 승리를 쟁취한 듯 환한 표정으로 보래색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AP 등 외신들은 "보라색 손가락은 이라크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4년 전인 2005년 총선 때보다 훨씬 다양한 정파가 참여했고, 이종 종파간 상호 연대한 정치세력도 크게 늘었다. 또 후보자의 얼굴도 모른 채 정당이름만 보고 투표했던 4년 전과 달리 유권자들이 고를 수 있도록 개별 후보자들의 사진을 정당 이름과 함께 내걸렸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IHEC) 측은 투표가 마무리된 뒤"전체 투표율이 62.4%로 집계됐다"며 "특히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인 아르빌은 76%, 수니파 다수지역인 니네베에서 65%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에 말했다. 이는 2005년 총선 당시 투표율(76%) 보다는 낮고, 지난해 1월 지방 선거(51%)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이날 저녁 개표작업이 시작되면서,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이 전체 18개주 가운데 9개 주에서 득표율 선두를 달리고 있어 총선승리가 점쳐지고 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지는 미지수이다.
외신들은 "잠정적인 선거 결과는 11일쯤, 최종 결과는 18일쯤 발표될 것"이라며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을 경우 새 정부 구성에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라크인들의 '높은 투표참여'를 확인한 뒤, "폭력위협에도 불구, 주권을 행사한 이라크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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