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드라마의 바탕이 된 소설은 물론, 제중원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의학사를 풀어낸 인문서, 어린이책 등이 넘쳐난다. 근대 의학사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는 점은 반갑지만, 이 책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다. 서로 제중원의 후계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뿌리 논쟁이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출판계로 번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두 권의 책을 비교해보면 제중원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확연하다. 김상태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가 쓴 <제중원 이야기> 는 제중원을 고종의 근대화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국립병원'이라고 설명하며 서울대와의 연관성을 내세운다. 또 제중원이 미국 북장로회 선교회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조선 정부가 계속 운영할 경우 일본인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해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한다. 제중원>
반면 박형우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장과 박윤재 연세대 의사학과 교수가 함께 쓴 <사람을 구하는 집, 제중원> 은 제중원이 국립병원이 아니라 "개교 과정에서 조선 정부가 일부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학생 모집을 담당"했을 뿐이라 말한다. 또 제중원이 미국 선교회로 넘어가 세브란스병원이 된 후에도 조선 정부는 여전히 이를 제중원이라고 불렀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제중원 관련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저자의 출신 대학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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