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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마라톤 인생 담은 '봉달이의 414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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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마라톤 인생 담은 '봉달이의 4141' 출간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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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네 바퀴에 해당하는 20만km를 달린 남자가 있다.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41)다. 말이 쉬워 20만km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거리다.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 풀코스를 41번 완주하기 위해 매일 5시간씩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달린 거리다.

지난해 은퇴한 이봉주가 자신의 마라톤 인생 20년을 정리한 책 <봉달이의 4141> 을 펴냈다. 책 제목 <4141>은 풀코스 마라톤을 41번 완주했다는 뜻이다.

이봉주는 “마라톤은 정신력이 좌우하는 운동이다. 달리다 보면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옥죄인다. 그렇지만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주하게 된다.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라며 책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봉주를 이야기할 때 동갑내기 마라토너 황영조(마라톤 국가대표 기술위원장)를 빼놓을 수 없다. 황영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불꽃같은 선수생활을 누리다가 조기 은퇴했다면 이봉주는 꾸준함과 성실함의 대명사로 황영조와 대척점에 서있다. ‘늘 푸른’ 소나무와 같은 마라토너에 비유할 수 있겠다.

이봉주는 “나에게는 황영조가 가진 천부적인 폐활량도 없다. 나는 짝발에 짝눈 등 마라토너로서 불리한 여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며 마라토너로서 치명적인 자신의 약점을 다 털어놓았다. 100m를 14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평범한 스피드를 갖고 있는 이봉주는 그러나 마라톤(2시간 07분20초)과 하프마라톤(1시간 01분04초) 두 종목 모두 한국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봉주는 통산 44번 풀코스 도전에 41차례 완주했다. 이중 200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우승을 10번, 준우승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포함해 6번 차지했다. 그러나 3위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스승에 대한 애틋한 정도 함께 실었다. 서울시청 오재도 감독과 코오롱의 정봉수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을 이끈 반면 삼성전자 오인환 감독은 ‘형님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함께했다고 적고 있다.

이가 빠지는 꿈을 꾸면 우승, 큰 물고기를 잡는 꿈을 꾸면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에피소드도 담았다. 재미있는 것은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기 전날 처형이 꾼 꿈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처형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데 1614번 버스가 오길래 내가 그 버스를 타자고 했단다. 처형은 그 버스를 타면 목적지로 갈수 없다며 거부했지만 내가 완강히 1614번 버스를 타자고 해서 할 수 없이 탔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회 당일 가슴에 단 번호가 1614번이었다”고 밝혔다.

이봉주는 자신을 이을 마라톤 후배들에게는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뛰어 들어야 한다”며 “정신부터 가다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욕망을 모두 접어놓고 묵묵히 한 길을 가야만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계약기간이 끝나자 오 감독이 자신에게 코치직을 제의했지만 사양했다는 이봉주는 “삼성전자에 남게 된다면 나의 앞길은 순탄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바로 스포츠 행정가의 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20년 전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했던 것은 매일 5시간씩 훈련하는 것이었다. 새벽 2~3시까지 술을 마시더라도 새벽 5시에는 무조건 일어나 2시간가량 훈련한 후 오후에 3시간을 더 뛰었다. 이 원칙은 신혼여행을 가서도 어긴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봉주는 “스포츠 행정가의 목표도 마라톤을 할 때처럼 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체육행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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