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윤활유 전문회사 SK루브리컨츠 울산공장 내 연구소. 연구원들이 즐비한 실험 장비 사이를 바삐 오가며 갖가지 색의 윤활유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윤활유 제품이 온도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따지기 위한 것"이라며 "수 십 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합격판정을 받고 트럭에 실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단 한 가지 시험도 떨어져도 수 천 배럴의 윤활유는 폐기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10월 SK에너지에서 윤활유 부문을 특화해 독립했다. 영문표기인 루브리컨츠(Lubricants) 역시 '윤활유'라는 의미.
윤활유는 윤활기유(Base-oil) 85%와 첨가제 15%를 섞어 만드는데, 윤활기유는 원유의 찌꺼기로 만든다. 원유 덩어리를 원유정제시설(CDU)에 넣으면 끓는 온도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휘발유, 경유, 등유, 중유 등을 얻고, 벙커C유 등 찌꺼기 기름이 생긴다. 이 찌끼유는 중질유분해시설(HOU)로 보내지고 여기서 수소열분해, 탈황공정 등을 거치면 비싼 휘발유, 경유 등으로 탈바꿈하는데, 여기서 나온 찌꺼기를 다시 윤활기유공정시설(LBO)로 보내고 감압증류공정(VDU) 등을 거치면 윤활기유가 되는 것.
현장 관계자는 "본선에서 2번이나 떨어진 미운 오리 새끼가 황금오리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며 "그야말로 재활용의 결정판"이라고 소개했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와 완제품인 윤활유 생산, 판매로 매출 1조8,798억원(2008년 기준), 영업이익 2,544억원을 기록했다.
윤활기유는 점도(온도 변화에 따라 끈적거린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성질) 지수에 따라 그룹 1,2,3으로 나눠지는데 SK루브리컨츠는 가장 품질이 뛰어난 '그룹 3' 윤활기유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50% 가까이 점유율을 유지하며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수출 비중은 70%. 현재 세계 윤활기유 시장 규모는 연간 440억 달러 규모로 이 중 고급 윤활기유 시장은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고급 윤활기유 시장이 해마다 25% 이상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 수출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가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초. 유재만 과장은 "유공시절인 1960년 대 중반에는 외국 회사로부터 윤활기유와 첨가제를 넘겨 받아 섞기만 했다"며 "이 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윤활기유 연구, 개발(R&D)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업체들이 선점한 중저급 윤활기유 대신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급 기유 시장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고급 기유 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은 물론 특허까지 받았다.
루브리컨츠는 제1 공장, 제 2 윤활기유 공장을 각각 1995년, 2004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두 곳에서 매일 2만1,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5월에는 연간 7만5,000배럴 생산 규모로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제3 공장이 문을 열어 동남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
윤활유도 마찬가지. 윤활기유에 점도지수 향상제, 유동점 강하제 등 첨가제를 섞으면 윤활유가 만들어지는데 고급 윤활기유에서 앞서고 있는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GM의 북미지역 본부에 이어 GM의 호주법인 'GM 홀덴'에 윤활유 지크(ZIC)를 단독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메이저 회사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망을 확보한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최대 격전지 북미시장에서 품질을 확실히 인정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영하 40도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점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로 러시아 윤활유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중국, 몽골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최대성 부장은 "중국 등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경쟁국과 격차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첫째도 둘째도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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