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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운전기사, 사장 납치해 '버스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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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운전기사, 사장 납치해 '버스 살인'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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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사업가를 납치·살해한 뒤 사체를 호수에 유기한 일당 6명 중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11일 안산시에서 벌어진 이 살해사건은 이전의 사건과는 범행 수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범인들은 검문이 승용차에 치중된다는 점을 감안해 전세버스를 빌려 범행에 이용했고, 피해자 측이 용의자들에게 3억원을 건네고도 납치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

돈만 챙기고 살해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7일 중소기업 대표 이모(46)씨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이씨의 전 운전기사 김모(42)씨를 구속했다. 또 김씨의 친형(52)과 또 다른 김모(38)씨, 이모(43)씨 등 공범 4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허모(43)씨를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운전기사 김씨는 형 등 5명과 공모해 지난달 11일 오전 9시께 경기 안산 상록구 부곡동 모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하던 이씨를 이씨의 에쿠스 승용차로 납치했다. 이후 미리 준비한 전세버스에 이씨를 옮겨 태운 뒤 오후 10시께 안산 단원구 대부도로 이동한 버스 안에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살해 전인 오후 4시께 이씨 회사 직원으로부터 현금 3억원을 전달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주범 김씨는 지난 2005년 10월부터 약 1년간 이씨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일했지만, 이후 변변한 돈벌이 없이 도박 빚을 지는 등 궁핍한 생활을 했다. 김씨는 이씨를 납치하기 위해 지난 1월 초 범행에 형을 끌어 들인 데 이어 형이 알고 지내던 나머지 공범 4명과도 공모했다. 이들은 전세버스를 빌려 범행을 준비했고, 이씨의 시신에는 8㎏짜리 아령 2개를 메달아 증거 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주범 김씨가 이씨 부인(44)과 한동안 내연관계였던 점을 확인하고, 정확한 범행동기와 여죄를 추궁 중이다.

치밀한 범행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출근하던 사업가 이모(46)씨를 납치한 뒤 옮겨 태운 차량은 승용차가 아닌 전세버스였다. 주범 김씨는 전세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공범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 전세버스는 공범 이모(43)씨가 광명 시내에 주차된 버스의 앞 유리창에 붙은 연락처로 직접 전화를 걸어 빌려 왔다. 경찰은 "승용차를 이용하면 검문검색이나 CCTV에 노출되기 쉬워 비교적 감시가 덜한 버스를 이용했고, 그 안에서 살해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범인들은 이씨 회사에 현금 3억원을 가져오라는 전화도 직접 걸지 않았다. 붙잡혀 있던 이씨가 회사 경리를 맡고 있는 이씨 조카(38)에게 직접 전화를 걸도록 했다. 협박받은 이씨는 김씨 등이 시키는 대로 "대박사업이다.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현금 3억원을 전해주라"고 조카에게 말했다. 조카는 어음까지 할인해 현금 3억원을 준비해 당일 오후 4시께 안산시 고잔동 한 의류매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온 김씨 형에게 돈가방을 전달했다. 돈을 받기 전에는 이씨가 직접 통화를 하도록 해 이씨 조카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평소 이씨가 사업 등으로 외박이 잦았던 터라 가족들은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13일 오후 1시에야 경찰에 미귀가자로 신고했다. 경찰은 "김씨 등은 범행 전 피해자 집과 회사, 출근길 등 동선을 철저히 파악했고, 지난 1월 초에는 한 여성을 시켜 이씨로부터 2,500만원을 뜯어내는 사전작업도 벌였다"고 밝혔다.

돈인가, 원한인가

경찰은 주범 김씨가 2005년 이씨의 운전기사로 채용된 과정에는 이씨 부인(44)의 추천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고용되며 원래 있던 기사는 해고됐다. 약 1년간 일하며 연 매출 70억원을 올리는 중소기업 사장 이씨에 대해 잘 알았던 김씨는 도박빚 등으로 생활이 어렵자 친형(52) 등과 함께 이씨를 납치했고, 현금을 요구했다. 이렇게 빼앗은 돈 3억원은 김씨 형제가 1억원을 갖고, 나머지 범인들이 2억원을 나눠가진 뒤 채무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표면상 목적은 돈이었지만 경찰은 원한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가 운전기사에서 해고된 직후 이씨는 아내를 시켜 김씨를 성폭행 및 감금폭행 혐의로 고소하도록 했다. 이 소송이 취하되자 김씨는 무고로 맞고소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일련의 사건들로 이씨 부부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고 해고했다", "이씨가 술에 취해 부인에게 '나를 죽여 버리겠다'는 말을 했다", "부인은 '남편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등의 김씨 진술로 미뤄 원한 관계가 깊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부인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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