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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빠링허우, 초식남, G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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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빠링허우, 초식남, G세대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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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한 단계 상승시켰다. 김연아 한 명으로 국가브랜드 가치는 6조 원이나 상승했다고 한다. 노 골드의 일본, 7위에 그친 중국에 비해 한국이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G(Global)세대에 답이 있다.

태극기가 올라갈 때 펑펑 울던 선배 세대와 달리,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즐기고 결과를'쿨'하게 받아들인다. 시건방춤을 추며 시상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예의 바르게 절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풍족한 시대에 자란 G세대는 가난의 한풀이는 모르지만 자기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하고, 일과 놀이를 병행하며, 멀티태스킹에 강하다. 미래와 실용, 국제경쟁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로 다진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뚜렷하다. 이들은 한류의 외연을 넓히며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또래 젊은이들을 비교해 보자.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났다고 '빠링허우(80後)'라고 불리는 중국의 20대는 정치ㆍ 사상적 자유를 누리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소비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하다. 빠링허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재빠르게 주류에 편입되고 있으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일본의 젊은이들은 진취성이 약해 양순해지고 있으며, 출세나 승진에 대한 관심보다는 취미와 패션, 자기 가꾸는 일에 몰두한다. 일본 젊은이들 가운데 오타꾸(어떤 분야에 마니아보다 더 심취하여 집착하는 사람)가 많은 이유다. 이른바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착한 남자인'초식남'이 대세다.

물론 감춰진 이면도 있다. 소황제, 소공주로도 불리는 중국의 빠링허우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는 평가다. 일본에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욕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프리터 족이 수백만 명이나 된다.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도 백만 명 가량 된다고 한다. 한국엔 '88만원 세대'가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쪼그라든 10년'을 겪으며 어쩐지 절정을 지난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초식국가 정신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도요타 사태, 세이부 백화점 폐점, 소니 왕국의 퇴조 등이 비근한 사례다. 악착같이 세계 1위를 쟁취하고 유지하려는 절박함은 사라지고,'헝그리 정신'으로 악착같이 따라붙은 육식국가들에 추격당하고 있다.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아직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는 육식국가 면모를 보이고 있다. 태권도와 야구, 양궁과 골프에 이어 빙상에서까지 스포츠 강국으로 두각을 나타낸 이면에는 한국인의 탁월한 손재주와 함께 G세대의 훌쩍 성장한 체격, 치열한 성취욕구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작용하고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제2의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그리고 김연아가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G세대는 스티브 잡스가 말한 'Stay hungry, stay foolish(계속 갈망하라, 우직하게)'의 정신을 견지하고, 선배 세대는 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G세대의 또 다른 이름인 '88만원 세대'는 일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일자리'보다는 하고 싶은 분야의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에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치고 싶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신나게 일할 기회를 만들어 주자.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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