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부터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에 이어 자립형사립고(자사고)와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사립고(자율고)도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실시된다.
텝스 토플 등 영어 인증시험 성적과 경시대회 수상 실적은 일절 배제하고 내신과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하지만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축소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방안에 따르면 올해말 실시되는 자사고와 자율고 입시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지필 고사가 금지되는 대신 내신만으로 정원의 1.5~3배수를 걸러낸 뒤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적용되는 학교는 총 14곳이다. 민족사관고, 하나고, 현대 청운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등 자사고 6곳, 안산동산고, 천안북일고, 김천고 등 비평준화지역 자율고 3곳, 거창고, 익산고, 공주대부설고, 한일고, 양일고 등 자율학교 5곳 등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없이 중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이 원하는 고교에 입학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공교육 내실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일선 학교에선 “내신과 면접만으론 신입생 선발에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입시 공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학교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해 아주 난감한 상황”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2월에 처음 자기주도학습전형 이야기가 나오더니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일이 진행됐다”며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입학사정관제의 전면 실시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상산고는 지난해 360명의 신입생 가운데 21명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지역소외계층 전형으로 선발했으나 올해말 치러지는 입시요강은 아직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엔 교사 15명이 입학사정관이 돼 해당 지역의 교육 상황을 파악하고, 학교장과 담임교사, 학부모 등을 인터뷰해 학생들을 선발했다”며 “많은 숫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지만 36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뽑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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