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06년 미 중간선거에서 야당이던 민주당은 공화당 의원들의 비리와 추문을 물고 늘어지는 전략으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빼앗았다. 그 때 '윤리 선거'를 주도한 사람이 지금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당시 하원의원)이다. 펠로시 의장은 "역사상 가장 윤리적인 의회를 운영하겠다. (워싱턴의) 하수구를 청소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공화당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의원들 비리로 만신창이 상태였다.
톰 딜레이 하원 원내대표와 밥 네이 의원은 로비스트인 잭 아브라모프 부패 스캔들로 의원직에서 물러났고 마크 폴리, 돈 셔우드 의원 등은 성추문으로 쫓겨났다. 2006년 선거는 '윤리는 모든 현안에 앞선다'는 워싱턴의 오랜 속설을 재차 입증했다.
4년 전을 잊었는지 이번에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전철을 밟고 있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가 측근의 폭력사건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가 불거지자 지난달 26일 중간선거 출마를 포기하더니 3일엔 하원의 막강 파워인 찰스 랭글(뉴욕) 세입위원장이 세금탈루, 불법 여행경비 협찬 문제 등으로 위원장직에서 하차했다. '비리 행진'은 에릭 마사(뉴욕) 하원의원으로 이어졌다. 지난주 건강 문제로 재선 출마를 포기한다고 했던 그는 남자 부하직원에 대한 성희롱 의혹으로 윤리위 조사를 받게 되자 5일 전격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의 잇따른 낙마가 공교롭다.
그렇잖아도 민주당은 최근 몇 년 간 터져나온 대형 비리로 상처투성이인 상태였다. 패터슨 주지사의 전임자였던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 주지사, 라고 블라고예비치 일리노니 주지사,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의 성추문, 독직, 혼외정사 스캔들 등은 아직 유권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언론과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보수성향 폭스뉴스는 "민주당이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이 됐다"고 조롱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도덕적 우월성을 잃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4년 전 펠로시의 발언을 거론하며 대대적 공세를 펼칠 기세다. 전국공화당위원회(NRCC)의 켄 스페인 대변인은 "민주당은 하수구를 청소한 것이 아니라 하수구 물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그나마 의원들 비리가 중간선거를 8개월 이상 앞두고 나온 것을 위안삼아야 할 형편이다. 4년 전 공화당은 마크 폴리 의원 스캔들이 중간선거 한달 전 터지면서 손 쓸 틈이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만회할 시간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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