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부문의 시설 투자가 지난해의 2배로 늘고, 전자 및 자동차 업종의 투자도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투자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제조업 설비 투자 증가는 평년수준에 가깝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매출액 기준) 기업을 상대로 '2010년 시설투자 계획 및 2009년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해 600대 기업의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16.9% 증가한 103조1,9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중 제조업은 19.2% 증가한 44조1,438억원, 비제조업은 15.3% 늘어난 59조472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진행됐고, 모두 427곳(회수율 71.2%)이 응답했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생산라인 증설, 주요 거래선의 요구 물량 증가 등에 따라 설비투자액이 전년 대비 100%나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자 기기도 스마트폰 시장 확대, 중국 3G 휴대폰 수요 확대로 5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ㆍ부품도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자동차 수요 증대와 생산설비 확장,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 연구ㆍ개발 투자 확대에 힘입어 5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제조업도 방송·영화·지식서비스 분야가 미디어법 통과, 3D 분야 투자 확대 등에 따라 지속적인 감소세에서 벗어나 91.6%나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숙박·음식·레저 업종도 리모델링과 프리미엄 리조트 개발 등이 잇따르며 전년대비 70.2% 신장될 것으로 나타났고, 건설업종 역시 4대강 사업과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16.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투자가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서 기인하는 면이 크다. 실제로 전경련의 이번 조사에서 600대 기업의 지난해 시설 투자 실적은 전년대비 2.4% 감소한 88조2,475억원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무려 56.4%, 조선도 41.9%나 줄어드는 등 제조업 부문이 전년대비 20%나 감소했다. 따라서 올해 제조업 설비 투자 증가는 평년 수준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의 투자 구성비가 기존설비 확장보다는 신제품 생산으로 이동하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설비투자 구성 비율에서 기존 설비 확장의 비중은 지난해 49.3%에서 올해 47.8%로 감소한 반면 신제품 생산의 비중은 같은 기간 19.2%에서 20.9%로 증가했다. 투자 자금이 주로 내부 자금으로 조달되는 점도 주목된다. 내부자금 비중이 57.5%로 전년대비 5.4%포인트 증가한 데 비해 은행조달 비중은 13.3%로 전년대비 3.7%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2010년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에 대해 기업들은 향후 경기 회복 속도(60.5%)를 최대 관건이라고 응답했고, 금리 및 투자자금조달 문제(19.5%),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동향(7.4%), 기타(6.9%), 경쟁기업의 투자전략(4.4%) 등을 꼽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울러 원활한 투자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에 대해선 응답 기업의 49.4%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부진을 꼽았고, 신성장동력 등 신규 투자처 발굴 애로(24.3%), 투자자금 조달(12.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