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살의 마리아는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유혹적인 춤사위와 매끄러운 연기는 왜 그가 8년 동안 마리아 역을 맡았는지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연습실을 찾았다. 올해 봄 공연을 끝으로 마리아 역과 작별하는 배우 강효성은 아쉬움이 남을세라 축적한 에너지를 남김없이 내뿜고 있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나이는 더 먹었지만 오히려 더 젊은 마리아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강효성은 작품이 초연된 2003년부터 마리아를 맡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이 역할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나이 마흔에 맡기 시작한 마리아는 그 자체가 내 인생”이라며 이내 감상에 젖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꾼다는 열세 살 난 그의 딸도 커서 마리아 역을 하고 싶어할 정도라고 했다.
마리아 역은 대극장에서만 공연하던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기독교인으로서 오래 기도해온 바로 그 작품이었어요. 130석 소극장 작품인데다 출연료도 없었지만 딱 10초 망설인 뒤 바로 응했죠.” 그는 돈 대신 가까이서 바라본 관객들의 눈빛과 한숨, 눈물이 재산으로 남았다고 했다. 검소하기로 알려진 그는 이날도 배우 윤복희에게서 물려받은 재킷을 멋스럽게 입고 있었다.
강효성은 마리아에서 두 가지 기억을 추려냈다. 하나는 2년 전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로 노래했던 감동의 무대이고, 다른 하나는 맹장이 터지고도 열연했던 유명한 일화다. “실제 아픔을 안고 무대에 서니 고통을 지닌 마리아란 인물이 더 가깝게 다가왔어요. 연기자로서 한 뼘 성장한 날이었죠.” 이날 공연을 마치고 구급차에 실려가던 그에게 관객들은 환호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 밖에서도 그는 배우 같았다.
강효성은 1981년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예술단)에 입단, ‘우리들의 축제’에서 그림자 역으로 데뷔했다. 올해는 그가 무대인생 30년을 맞는 뜻깊은 해가 된다. “기념일 챙기는 거 안 좋아하는데, 내년에 유럽으로 유학 가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어 소문을 좀 냈어요.”(웃음) 연초에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직도 내려놓았다는 그는 “유럽에서 뮤지컬 공부를 하면서 각국의 공연을 열심히 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올해 ‘마리아 마리아’의 무대 막이 내리는 5월 16일, 그는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역할과 작별할 때마다 그가 외우는 일종의 주문이다. “마리아, 수고했어. 그 동안 너 때문에 참 행복했어. 이제 너를 잊을게. 잘 가 안녕!”
강효성의 ‘마리아 마리아’는 24일~5월 16일 서울 명보아트홀 가온홀에서 공연된다. (02)584-2422
글ㆍ사진=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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