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0일. TV 중계 해설을 맡았던 조경철 천문학 박사가 닐 암스트롱이 지구에 보내온 메시지를 동시 통역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전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만세를 부르다 그는 의자와 함께 쓰려졌고, 그를 두고 사람들은 '아폴로 박사'라 불렀다. 소탈한 웃음과 함께 우주의 신비를 알리며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 온 조경철 박사가 6일 오전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향년 81세.
평안북도 선천이 고향인 조 박사는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세 때 월남, 연희전문(현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국내 이학박사 1호인 고 이원철 박사 밑에서 과학도의 꿈을 키웠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전공을 바꿔 투스큘럼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지만, 결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항공우주국(NASA) 최고연구원, 해군천문대 천체 물리연구원, 미국 알렉산드리아대 공대 교수, 미국 지오노틱스사 우주과학 부장 등으로 활약하던 그는 1968년 연세대 교수로 국내로 돌아왔다. 조 박사는 이후 경희대와 연세대를 오가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과학기술정보센터 사무총장, 한국천문학회장, 한국산업정보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천문학의 길을 닦았다.
조 박사는 1992년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를 차려 천문학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최근에는 강원 화천에 들어서는 '조경철 천문과학관' 건립 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우주과학서 '우주로켓' 등 18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유족은 부인 전계현씨와 아들 서원, 딸 서화씨가 있다. 장례는 5일간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0일 오전7시, 장지는 경기 파주 통일동산이다. (02)2227-7580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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