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순 '2010년 1월 고용통계'를 집계하던 통계청 담당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실업자 수가 10년 만에 최대로 늘어난 것도 그렇지만, 늘어난 실업자(36만8,000명)의 절반 가량이 60대 이상 고령 실업자(17만9,000명)이라는 점이 더욱 뜻밖이었다. 조사 과정과 수치 입력 과정에서의 오류 가능성을 모두 점검했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통계청은 며칠 뒤 이런 수치를 공식 발표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체감할만한 대량 실업사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통계가 나온 것일까. 도대체 노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8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60세 이상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만9,000명 늘어난 21만3,000명에 달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 실업률은전체 실업률(5.0%)보다 훨씬 높은 8.8%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실업자수가 3만~4만명 수준, 실업률은 1%대를 유지해오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히 대비된다.
이렇게 1월 노인 실업률이 이상 폭등한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희망근로사업의 잠정 중단. 작년 하반기 2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낸 이 사업은 작년 연말 종료됐는데, 사업 참가자 중 60% 가량이 50~60대 노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희망근로 일시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인들이 올해 새로 시작하게 될 희망근로사업에 대거 지원하면서 실업자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인들의 근로의욕이 높아진 것이 노인 실업자 급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노동시장ㆍ사회정책연구 본부장은 "희망근로 같은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노인들의 근로의욕이 최근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일을 하고 싶어도 나서지 못했던 노인들이 희망근로라는 기폭제가 생기자 너도 나도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통계청이 실시한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57.6%)이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하는 등 고령층의 근로 의욕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령 근로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 전환과 함께 취약한 사회안전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실장은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령자 비율은 2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고 기초노령 연금은 받아 봐야 큰 금액이 아니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곧 본격화 하는 만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한편, 선진국처럼 고령 근로를 장려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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