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형법(269조, 270조)은 임신 기간과 관계없이 낙태를 한 산모(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와 시술한 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등(2년 이하 징역, 자격정지)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14조)에 따라 ▦본인ㆍ배우자에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ㆍ배우자에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ㆍ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혈족ㆍ친척 간에 임신한 경우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5가지 경우에 한해서는 낙태가 허용된다. 단, 이 경우라도 임신 24주 이내여야 하고, 본인과 배우자가 동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행해지는 낙태수술 중 95%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불법시술인 것으로 추정한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전국적으로 34만2,000여건의 낙태가 이뤄졌다.
법원에선 그간 불법낙태 행위를 무거운 죄로 판단하면서도 대부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등으로 가볍게 처벌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6~2009년 전국 법원에 불법낙태로 기소된 21명 중 벌금형을 받은 1명을 빼고는 모두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벌금형을 받은 사람도 의사가 아닌 산모였다.
법원이 이처럼 관대한 처벌을 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사실상 낙태가 널리 허용되는 분위기에서 적발된 의사에게만 책임을 엄히 묻기 어렵고, 사회ㆍ경제적으로 낙태가 부득이한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시술했다면, 의사를 정상을 참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낙태는 우리사회에서 아직 법으로 따질 문제라기보다 가치의 문제"라며 "검찰이 고발을 접수한 이상 정해진 절차는 진행하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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