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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밴쿠버 신화가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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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밴쿠버 신화가 남긴 것들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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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국민들에게 큰 행복을 주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스피드,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에서 고루 금메달을 따내는 값진 성과를 거두며 금 6, 은 6, 동 2개를 획득, 역대 최고성적인 종합 5위에 올랐다.

축제가 끝나면 허탈감이 밀려오기 마련이지만 태극전사들이 빚어낸 밴쿠버 신화 뒤에는 오롯하게 감동만이 우리의 가슴을 적셨다. 하지만 4년 뒤 하치 동계올림픽을 생각하면 이번 밴쿠버 신화가 남겨준 교훈과 과제를 되새겨 보는 것이 선결과제 일 것 같다.

먼저 신세대들의 무한한 자신감을 꼽을 수 있겠다. 불모지였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캐낸 삼총사는 20대 초반의 '07학번' 동기들이다. 특히 이들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때는 물론 주변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누구는 '외로웠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소외감이 '한번 해보자'는 오기로 승화돼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옆 레인에서 세계신기록 보유자가 뛰었지만 그들은 결코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레이스를 완주, '작은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 일 뿐이지 결코 엄청난 기량 열세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는 오로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벽(壁)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싹쓸이 한 것은 물론 아시아인의 체형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스피드 장거리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은 한계를 넘어 아시아 스포츠의 새 장을 열어젖힌 쾌거다.

더욱이 피겨퀸 김연아의 금메달은 한국 빙상 100년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김연아는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에 이어 동계올림픽마저 역대 최고 점수로 제패하며 화룡점정, 피겨 사상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김연아가 세운 228.56점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혹여 깨진다면 그 주인공은 김연아 밖에 없어 보인다.

세 번째는 금메달 집착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예전만 해도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따내면 시상대 위에서 고개를 떨군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우리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곽윤기는 춤을 추며 기뻐하기도 했다.

4전5기를 노렸으나 끝내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규혁에게는 '수고 했다'며 마음의 박수를 보냈고, 봅슬레이 스키점프 모굴스키 하프파이프 등 외로운 도전에 나선 태극전사들에게는 그들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축제의 뒷풀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밴쿠버 신화를 4년 뒤 소치까지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여자 쇼트트랙이나 세계적인 스타들을 봤을 때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듯 다시 한번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구슬땀을 흘리는 길 밖에 없다. 불모지나 다름 없는 설상종목 등은 꿈나무 발굴에 적극 나서 '제2의 김연아'를 키우는 데 협회, 지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밴쿠버 신화에 안주한다면 동계강국 '빙속코리아'의 명성은 밀려오는 파도 앞에 놓인 모래성에 불과할 것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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