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산악인 오은선(44)씨가 8,000m급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위해 짐을 꾸렸다. 오은선씨는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블랙야크 본사에서 '2010 오은선 안나푸르나 원정대' 발대식을 갖고 안나푸르나(8,091m) 등정을 향한 장도에 나섰다.
원정대 등반대장을 맡은 오은선씨는 전 세계 8,000m 급 봉우리 14좌 가운데 13좌를 올랐으며,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하면 여성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발대식에는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전병구 한국산악회 회장 등 산악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오 대장을 격려하고 장도를 축하했다.
오 대장은 이날"8,000m급 등정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산행"이라며 "'세계 최초'라는 중압감을 털고, 고산에서 만년설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설렘을 간직한 채 담담하게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오 대장은 8일 네팔로 건너가 타르푸출리(5,663m) 등에서 고소 적응 훈련을 한 뒤, 캠프 설치 등을 거쳐 4월 23~29일께 정상 공격에 나선다. 오 대장은 북면 버트레스 루트를 통해 무산소로 오를 계획인데, 1차 공격에서 실패할 경우 5월 중순까지 추가 등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오 대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안나푸르나에 도전했으나 기상 악화 등으로 고전하다가 "최고의 등반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경쟁자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겔린더 칼덴브루너(40)와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49)는 다소 주춤한 상태. 다만 12개봉을 오른 스페인의 에드루네 파사반(37)은 오 대장과 마찬가지로 8일 출국, 시샤팡마(8,027m)에 오른 뒤 4월말 안나푸르나에 도전할 계획이다.
오 대장은 이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고산 도전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산은 내게 운명 같은 존재"라며 "늘 산이 그리운 것을 보면 나와 산을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대장은 또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고미영씨의 추락사와 관련, "그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분발하게 됐다"며 이번 등정에 그의 사진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등정에 성공할 경우, 고미영씨의 사진을 꺼내 가슴에 안고 14좌 완등 기념 촬영을 할 계획이다. 칸쳉중가(8,563m) 등정 진위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안나푸르나만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나푸르나 등정 이후의 계획에 대해 오 대장은 "나중에 생각하겠다"면서도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가셔브룸2봉(8,035m)을 시작으로 8,000m급 도전에 나선 오 대장은 이후 에베레스트(8,848m), K2(8,611m) 등을 오른 뒤 속도를 한층 높여 2008년에는 마칼루(8,463m) 등 4개봉, 2009년에도 다울라기리(8,167m) 등 4개봉을 등정했다. 특히 이들 봉우리 대부분을 무산소로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안나푸르나는 세계 10위의 고봉으로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란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눈사태 등으로 많은 산악인이 이 산에서 희생됐는데 당대의 여성 산악인 지현옥씨가 실종되고 한국인 최초의 14좌 완등자 엄홍길씨가 동료 셰르파를 잃고 자신은 중상을 입는 등 한국 산악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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